[소프트웨어 2.0시대] <1부> `코리아 신화`를 만들자 (4)IT서비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IT융합 시장 전망 2

코스콤은 지난 2008년 말레이지아 증권거래소 채권시스템을, 지난해에는 금융이자 수취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맞는 세계 최초 이슬람상품거래시스템(BCH)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아시아 이머징마켓 11개 국가를 시작으로 싱가포르와 인도가 우리나라 자본시장 IT 시스템 운용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코스콤을 잇따라 방문했다.

김광현 코스콤 사장은 “우리나라가 자본 시장에서는 후발 주자지만 자본 IT시장에서는 선두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례는 코스콤에 한정된 게 아니다. 다국적 컨설팅 기업은 우리나라의 우수한 IT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글로벌 고객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박상진 딜로이트컨설팅 전무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공급망관리(SCM)와 LG전자의 전사자원관리(ERP), 포스코의 업무혁신(PI) 등 IT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중국 등 신흥 국가의 요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의 IT 시스템이 전 세계가 인정하는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로, 글로벌 기업의 벤치마킹 1순위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최적의 정보기술(IT)을 활용, 업무 및 사업 분석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지원한 IT서비스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IT서비스는 고객의 비즈니스 가치 창출 요구를 분석, 이를 충족하는 정보 시스템을 설계·제작하고 유지·보수함은 물론이고 SW를 개발하고 최적화하는 것을 포함하는 포괄적이고 종합적 개념의 비즈니스다.

고객의 경험과 지식의 전략적 자원화를 통해 부가가치로 전환하도록 하고 IT 활용을 위한 청사진을 제공하는 컨설팅과 고도화·전문화된 IT서비스 제공 능력을 기초로 하는 IT아웃소싱도 IT서비스의 주요 영역 중 하나다.

IT서비스는 비가시성으로 인해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라 하더라도 IT서비스와 결합되지 않으면 제 가치를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IT서비스는 시스템통합(SI)과 시스템유지보수(SM)를 시작으로 출발해 IT를 접목한 u헬스와 u시티, 그린IT 등 새로운 서비스와 시장을 창출하고 자동차와 조선, 건설, 섬유 등 기존 산업과의 접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을 융합시키는 컨버전스 리더로 급부상하고 있다.

IT서비스가 전통산업과의 결합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은 IT서비스를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자명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IT서비스가 전통 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 국가 경제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IT서비스를 통한 경제 성장 촉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IT서비스는 핵심 성장동력을 평가하는 고용 창출과 성장 잠재력 등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

IT서비스는 고급 인력 중심의 지식 산업으로 다른 분야와 비교, 인력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매출 10억원당 고용자 수를 나타내는 고용 계수가 IT서비스가 6.2로 나타나 제조업(0.6)의 10배, 통신(2.5)의 2.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부가가치 유발 계수 또한 제조업을 포함한 다른 산업에 비해 월등하다.

제조업의 부가가치 유발 계수가 0.67에 그친 반면에 IT서비스는 0.85에 이른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전기·전자기기 산업과 자동차, 선박 산업의 부가가치 유발 계수는 0.55, 0.73, 0.67로 나타났다.

IT서비스가 모든 산업의 중간재로 활용되는 가운데 IT서비스와 전통산업 간 접목으로 인한 IT서비스 컨버전스 시장의 성장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IT서비스와 자동차 간 융합 시장 규모는 지난 2008년 1조8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자동차 제조사·부품사의 잇따른 IT서비스와의 접목으로 오는 2018년에는 5조7000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008년 166억달러에 불과했던 IT서비스와 조선의 융합 시장 규모는 오는 2013년 269억달러, 오는 2018년 431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 IT 융합 시장은 지난 2008년 106조1000억원에서 오는 2018년 180조2000억원으로, 섬유 IT 융합 시장은 지난 2008년 17조2000억원에서 2018년 58조5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IT서비스와 의료 간 융합시장 또한 지난 2008년 1조원에서 오는 2018년 8조원으로 무려 8배나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IT서비스가 IT융합 시대의 기대주로, 성장동력으로 거듭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낮은 프로세스 수준과 생산성, 취약한 연구개발(R&D) 역량, 고객에 대한 IT서비스 가치 제시 노력 부족, 수동적 사업모델은 IT서비스가 스스로 타파해야 할 해묵은 숙제다.

프로세스 고도화를 통한 IT서비스 품질과 생산성 향상, 글로벌 수준의 레퍼런스 확보는 IT 서비스가 성장동력으로, 글로벌 시장의 주인공으로 우뚝 솟는 지름길이나 다름없다.

이와 함께 IT서비스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IT서비스 패러다임 변화에 부합하는 별도의 IT서비스 산업 정책 마련은 정부의 몫이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는 ‘IT서비스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에서 “UN 등 국제기구가 표준산업분류 체계를 통해 IT서비스 산업과 SW 산업을 별개의 산업으로 구분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IT서비스산업과 SW 산업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며 “IT서비스 산업과 SW 산업 정책을 분리하고 IT서비스 중심으로의 정책 변화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 완화를 비롯, 과업 변경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 등 정부 및 공공기관의 발주 프로세스를 글로벌 표준 수준으로 제고하는 것 또한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