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의 `트랜스포머` 출동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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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달서구 호산동 대구테크노파크 벤처공장 2호관 호야로봇(대표 강정호) 연구소. 석·박사급 연구원 8명이 소방로봇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어떻게 하면 크기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이 한창이다.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로봇박람회(iREX 2009)에서 이 소방로봇을 보고 간 일본 하수관거 공사업체 CEO가 높이를 줄여 달라고 직접 요청한 것.

 김주곤 호야로봇 연구소장은 “화재와 재난현장용으로 개발했지만 일본 업체측의 요구에 따라 하수관로의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소형로봇으로 개조하는 중”이라며 “이달 말까지 시제품을 만들어 일본 하수관로현장에 투입, 성능을 인정받으면 대형 공급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호야로봇은 자체 설계에서 제조까지 가능한 소방로봇 전문벤처기업으로 현재 개발한 소방로봇은 대구지역 45개 119안전센터에 공급돼 있으며, 일본은 물론, 중국과 미국 등의 특정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으로 다양하게 변신이 가능하다.

 

 최근들어 전국 각 기업체와 지자체, 연구기관들이 특정 분야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특화로봇’ 개발이 한창이다. 로봇시장의 활성화가 로봇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오는 2013년까지 로봇 3대 강국, 오는 2018년까지 로봇선도국가의 비전을 선포한 것도 주효했다.

 ◇상하수도 청소는 기본=부산 소재 동현시스텍은 최근 대형 상수도관 등 대형 파이프 클리닝 및 모니터링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했다. 조선 및 플랜프산업의 발달로 선박청소나 대형파이프 모니터링 등의 지역특화로봇의 필요성에 따라 개발된 이번 로봇은 원격조종을 통해 파이프 내부의 술러지와 녹 등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로봇이다.

 대원기전도 선박 선저청소 및 검사용 로봇을 개발해 현재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청소는 시간당 200㎡, 검사는 2000㎡까지 가능해 LNG선, 컨테이너선 등 대형 선박에 안성맞춤이다. 테스트가 끝나면 대형 선박에 1대씩 탑재가 가능할 전망이다.

 경남 마산밸리의 에스엘테크는 스쿨존을 비롯해 초·중·고교 인근 횡단보도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보행을 지도하는 ‘횡단보도시스템에 연동한 보행자보호용 로봇’을 개발,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대전 소재 도담시스템스도 지능형 전투로봇을 개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지능형 전투로봇은 주·야간 컬러 카메라와 열 영상 카메라, 기관총이 장착된 첨단 전투 무기로, 주간과 야간 각각 2∼4㎞, 2.5㎞에 위치한 적을 정확하게 탐지하고 제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교육로봇 업체 매출 급증=교육용 로봇업체인 케이엠씨로봇틱스도 국내 로봇 특성화 고교 및 대학을 주요 타깃으로 다양한 교육용 지능형 로봇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지난해는 일본 지능형 로봇 전문 업체인 지엠피에 센서실험장치를 납품하기도 했다. 2008년 3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던 이 회사는 2년여만인 올해 3배 가까이 성장한 100억원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연구기관도 특화 로봇 개발로 시선을 끌고 있다. 포항지능로봇연구소는 포스데이타, 경북대병원 등과 공동으로 이미 간호업무를 보조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로봇과 수중 퇴적물을 청소할 수 있는 수중청소로봇을 개발했다.

 경남 창원대 제어계측공학전공 이민기 교수팀도 사람의 손이 닿기 힘든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수상작업용 로봇과 수중작업용 로봇 등을 개발했다.

 ◇박테리아 로봇 개발 추진=전남대 로봇연구소는 지난해부터 오는 2015년까지 6년간 교육과학기술부의 미래융합 파이오니어 기획사업의 하나로 박테리아 로봇 개발을 추진 중이다. 박테리아 로봇은 내시경으로 갈 수 없는 곳을 탐색해 암세포 등 환부에만 미사일 식으로 약물을 투약할 수 있는 초소형 로봇이다. 그외 이 연구팀은 오는 2013년 2월 말까지 원격 로봇수술을 위한 영상유도시스템 기술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경북도는 올해부터 오는 2015년까지 6년간 30억원을 투입해 관광과 레저, 서비스, 교육, 의료 등 지역특화산업에 적합한 지역특화로봇개발에 나선다. 경북도 내 각 시·군과 포항지능로봇연구소가 주관하는 이번 사업은 오는 3월까지 로봇아이템을 선정해 5월부터 개발에 착수한다. 사업이 완료되면 곶감을 만드는 로봇과 참외재배 대체인력용 일손돕기 지능로봇, 산불감시용 로봇, 장애인생활지원로봇 등 다양한 로봇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특정분야에 특화된 로봇의 경우 지능형 로봇과 달리 개발비용이 적게 들고 기간이 짧아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로봇 상용화를 앞당겨 로봇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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