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 상륙을 신호탄으로 단 3개월만에 ‘불모지’에서 ‘격전지’로 급선회했다.
지난해 11월 애플의 아이폰 국내 출시에 이은 삼성전자의 옴니아2 반격으로 시작된 스마트폰 출시 경쟁은 올해 들어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앞다퉈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내놨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국내 소비자를 위한 개발 일정을 발표했다. 여기에 외산 휴대폰 단말기업체들도 신형 제품을 앞장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합세하면서 스마트폰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했다.
휴대폰 단말기에 대한 업계의 출시 로드맵도 아이폰의 국내 상륙을 기준으로 전과 후로 크게 나눠졌다. 이전에는 고급형 제품과 보급형 제품으로 나눠 전체 대수를 발표하고 국내외 시장 점유율 목표치를 내놓는 등 비교적 간략한 형태였다. 이동통신사들도 단말기보다는 요금제나 각종 부가 서비스 등에 초점을 맞추고 가입자 수치를 발표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아이폰 등장 이후에는 휴대폰 제조사들 계획안에 스마트폰 운용체계(OS)별로 개발 일정과 종류별 출시 대수 등 세부적인 항목이 추가됐으며 차별화된 기능 설명 등을 덧붙이고 있다. 이통사들은 여기에 무선망 개방 전략이나 스마트폰 전용 요금제, 자체 앱스토어 운영 방안, 개발자 육성 계획까지 나열하는 등 고민의 폭이 한층 깊어졌다.
◇열 피처폰 안 부러운 스마트폰=업계 전문가들의 스마트폰 시장 예상은 1개월을 채 넘기지 못했다. 지난해 말 스마트폰 시장 예측 전문가들은 연도별 예측치를 내놓으면서 올해 최대 100만대를 넘어설 수 있다며 흥분을 했었다. 2013년께에는 400만대 돌파까지도 가능하다며 스마트폰 시장 개화를 통한 후방 산업 확대와 제2의 벤처붐도 내다볼 수 있다는 중장기 전망도 그려냈다.
그러나 올해 1월 이통 3사가 스마트폰 출시 확대 전략을 내놓자마자 전문가들의 예상치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통 3사의 올해 스마트폰 출시 목표 대수는 SK텔레콤 200만대, KT 185만대, 통합LG텔레콤 70만∼100만대로 총 455만∼485만대에 달한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3년 후의 대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서 10만∼20만대 선을 넘기 힘들다던 예상도 출시 한 달 만에 깨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 예측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제는 이통사의 보조금과 휴대폰 제조사의 정책장려금 전략에 따라 휴대폰 판매 대수가 좌우되던 시대는 지나갔다. 100여만원을 들여서라도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마니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 위약금을 물어내면서까지 이통사를 바꾸는 통에 ‘2년 약정’의 약발도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스마트폰 전쟁터에서는 똑똑한 스마트폰 하나가 수만명의 고객을 뺏고 빼앗기는 최첨단 무기가 됐다.
◇후끈 달아오른 출시전=1월 모토로라의 안드로이드폰 ‘모토로이’와 LG전자의 윈도모바일 6.5 스마트폰 ‘라일라’ 출시가 발표되면서 아이폰·옴니아2로 출발한 스마트폰 레이스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모토로이는 지난달 예약판매를 시작하면서 세 몰이에 들어간 상태이며 본격적인 이어달리기는 정식 출시일인 이달부터 시작된다.
곧이어 삼성전자의 첫 안드로이드폰과 SKT의 미들웨어 ‘스카프’를 장착한 리모(리눅스모바일)폰이 다음 주자로 대기하고 있다. 대만 HTC의 윈도모바일6.5 스마트폰 ‘HD2’나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X10’, 림의 블랙베리 차기버전 ‘스톰’ 등 해외 단말기들이 1분기 출시를 앞두고 준비 운동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팬택계열도 상반기 중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며 지난해 W폰으로 휴대폰 단말기 시장에 처녀 출전한 SK텔레시스도 2분기께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 국내외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경쟁은 이미 점화된 상태다.
여기에 아이폰 차기모델과 윈도모바일7.0 버전을 장착한 스마트폰들이 연내 출시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스마트폰족들의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국내 이통사별 스마트폰 전략
국내 이통 3사가 발표한 올해 스마트폰 출시 계획에 따르면 SKT는 올해 15종을 내놓고 KT는 10종 이상, 통합LGT는 5종 이상을 출시할 예정이다. 3사를 합치면 총 30종의 새로운 스마트폰이 국내에 등장하게 된다. 결국 매달 평균 2∼3종 이상의 신형 스마트폰을 접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 이통사 입맛에 맞게 다양한 서비스를 접목할 수 있고 단말기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는 오픈OS인 구글의 안드로이폰에 집중돼 있다.
스마트폰 종류가 다양한 만큼 이통사들의 단말기와 연결된 전략도 다채롭다. KT와 SKT는 스마트폰 확산을 위한 무선망 개방 정책을 내놨으며 통합LGT도 조만간 관련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KT와 SKT는 지난해 유무선통합(FMC)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FMC 스마트폰도 선보였다. 통합LGT도 5월께 FMC 전용 스마트폰과 함께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소비자 구미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앱스토어를 SKT와 KT가 열었으며 통합LGT도 조만간 오픈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그동안 이통사들의 또 다른 수익모델로 자리잡았던 디지털저작권관리(DRM) 해제에서부터 콘텐츠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사이드로딩’ 전면 허용까지 이어졌다. 올해는 동일한 콘텐츠를 다양한 단말과 스크린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n스크린’ 전략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처럼 이통사들은 스마트폰 출시전이 전체 회사 전략까지 일제히 뜯어고치는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이용층이 전체 고객 중에서 절대적인 비중은 낮지만 음성통화와 무선데이터 이용량을 합쳐 월 6만∼7만원대의 우량 고객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이탈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KT의 아이폰에서 출발한 차별화된 스마트폰 출시 전략은 이같은 우량 고객을 확보에 집중돼 있다. SKT가 2∼3종의 2G 스마트폰 출시를 서두르는 것도 자사 2G 고객의 KT 갈아타기를 막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풀이된다. SKT와 KT가 3G WCDMA 기반의 외산 스마트폰을 주요 축으로 경쟁을 벌이는 반면 동기식 3G인 리비전A망을 갖고 있는 통합LG텔레콤은 국산 스마트폰으로 승부수를 띄울 방침이다.
이통사들은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FMC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내부적으로 음성통화 수익 감소에 불안감이 있지만 반대로 무선데이터 수요 확대와 기업고객 확장이라는 새로운 기대를 품고 있다.
이통사들이 지난해부터 선포한 SKT의 ‘산업생산성증대(IPE)’나 KT의 ‘SMART’, 통합LGT의 ‘탈통신’ 전략의 원류를 쫒아가보면 바로 스마트폰에서 시작됐다. 무선데이터 수요 확대와 기업고객은 장기간에 걸쳐 수익을 얻어내는 음성통화와 달리 일정 규모의 금액을 선불로 받아내는 정액제 기반이어서 상대적인 ‘사용자당 평균 매출액(ARPU)’이 높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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