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로 사회변화 이끌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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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이 국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만큼 늘 사회적 책임을 통감합니다.”

 이준승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63) 원장은 교수로 재직한 20년보다 KISTEP 원장으로서 활동한 1년 6개월이 더 길게 느껴진다.

 과학기술로 인해 변화할 국가의 장래를 고민하고 국민에게 객관적 과학지식을 더욱 정확하고 빠르게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늘 뒤따랐기 때문이다.

 새해에도 세종시의 핵심 축으로 포함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획사업부터 과학기술미래비전2040, 개도국 대상 과학기술기획 노하우 전수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프로젝트가 그의 앞에 놓여있다.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이 원장은 “대학 연구실에서 홀로 연구를 진행할 때와 달리 KISTEP에서는 매순간 국가의 장래를 생각해야 한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 원장은 “이제는 과학을 단순히 경제발전의 수단으로 보면 안 되며 긴 안목에서 과학 자체로 연구, 발전시켜야 한다”며 “KISTEP이 과학기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이끌어나갈 것”이라며 새해 각오를 다졌다.

 “30년 후 과학기술의 수준을 예측하는 것이나 국가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을 조사하는 것 등이 과학기술기획평가 분야의 축적된 경험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올해 KISTEP이 도출할 성과 중 가장 기대되는 ‘미래비전 2040’도 KISTEP의 노하우가 총망라된 결정판이다.

 -‘미래비전 2040’을 올해 KISTEP의 핵심 사업으로 꼽으셨습니다. 무려 30년 뒤의 미래 기술과 사회 변화상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으실 것 같은데요.

 ▲미래 예측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상당 부분은 예측이 가능합니다. 일례로 이미 1970년대에도 휴대폰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영상통화를 할 것이라는 예측은 있었습니다.

 최근 과학기술 예측의 달라진 경향은 과학기술이 미래 사회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단순히 기술 발전이라는 단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지요.

 2040년을 목표 시점으로 잡는다면 사회의 핵심적인 변화, 즉 ‘메가트렌드’를 먼저 살펴본 뒤, 이 흐름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의 수요를 보고 이중 과학기술이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는 미래 기술을 찾아나갑니다.

 올해 3월까지 마무리될 미래비전 2040은 지난 1999년 이후 10년 만에 기획하는 것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습니다.

 지속적인 국가 먹거리 창출이 국가의 지속성장을 가능케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확한 과학기술적 논거에 기반을 두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그리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시점입니다.

 -지난해 말 완성한 초안을 살펴보면 시나리오 기법이라는 신선한 시도가 돋보입니다.

 ▲일명 시나리오 기반 플랜 기법으로 미래의 사회를 ‘네 가지 세상’으로 분류함으로써 일반 대중도 이 비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회라는 하나의 큰 틀 속에서 기술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 또 이것이 사회 안에서 구현됐을 때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것이지요.

 5년 단위로 진행하는 과학기술 예측 조사도 올해 업데이트하는데, 이 역시 시나리오 기법을 본격 도입할 예정입니다.

 미래비전에 대한 홍보도 초·중등학생, 일반인, 과학기술인 등으로 세분화해 진행함으로써 국가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올해를 KISTEP 글로벌화의 원년으로 선포하셨습니다. 개도국에 대한 과학기술기획평가 노하우 전수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올해 열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된 배경에는 지난 40년간 원조를 받아온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급성장한 것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특히 선진국과 후진국의 가교 역할을 가장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합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빠른 성장을 실현한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가 차별화한 강점입니다.

 베트남 과기부 차관을 얼마 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과학기술 정책 수립 시 벤치마킹할 대상을 하버드경영대학원에 문의했더니 ‘한국’이라는 답을 얻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개도국 20여개국 정책 결정자를 대상으로 한 연수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었는데 이를 계기로 조만간 캄보디아·멕시코·이집트 등을 연이어 방문할 계획입니다.

 멕시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의 양해각서(MOU) 교환과 한중일 과학기술정책 세미나 한국 개최 등도 줄줄이 예정돼 있습니다.

 -세종시 수정안의 핵심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포함됐습니다. 초기부터 과학벨트 사업을 지원해온 연구 주관기관으로서 성공적인 과학벨트 구축을 위한 성공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말려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다면 과학계는 큰 충격을 입을 뿐 아니라 ‘혼돈’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세종시 수정안의 핵심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지속성장의 해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미 발표된 대로 KAIST, 고려대와 같은 대학교육 인프라, 세종국제과학원과 같은 연구개발 인프라, 삼성·SK·한화 등 대기업들과 벤처형 중소기업들이 입주한 첨단지식산업 인프라, 과학분야를 지원하는 모태펀드 등 금융 인프라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이들 네 가지 인프라를 네트워크화함으로써 세종시가 꾸준히 스스로 진화하는 ‘지속성장형 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막강한 응용연구개발 인프라와 오송·오창의 첨단 연구개발·산업 인프라가 상호 윈윈효과를 거두며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전반에 ‘녹색’ 열풍이 거세졌습니다. KISTEP이 추진하는 녹색성장 관련 사업 추진 전략을 말씀해주십시오.

 ▲녹색기술은 갑자기 나온 유행이 아니라 이미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적용돼 왔던 것입니다. 일본이 전기자동차 개발에 1990년대 초부터 엄청난 투자를 해왔는데 이 역시 녹색 기술이지요. 우리나라는 조금 늦은 감이 있습니다. KISTEP의 역할은 이와 관련한 기본 연구를 통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최근 정부의 녹색성장정책에 대한 체계적 지원과 내실 있는 추진을 위해 녹색기술전략팀을 신설했습니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에서 KISTEP에 이러한 싱크탱크 역할을 위임했습니다.

 신설된 녹색기술전략팀은 녹색기술분야 동향 및 투자분석을 통한 녹색기술 R&D 투자방향 및 배분방향 설정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녹색기술개발 부처 간 역할 분담 등을 통해 녹색 기술 기획 및 조정 기능도 효율적으로 지원할 생각입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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