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주 의욕적으로 공개한 태블릿PC ‘아이패드’의 국내 도입이 사실상 연내엔 힘들 전망이다.
31일 SK텔레콤과 KT, 통합LG텔레콤 등 통신3사 관계자들은 “통신 모듈이 있어 도입할 수 있으나 기술적인 문제가 많으며 수익모델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만큼 도입 여부에 대한 검토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신사업자들이 이렇게 조심스러운 것은 국내 도입에 현실적인 문제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 물량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AT&T를 통해 4월에 출시될 아이패드는 미국 수요를 감안하면 다른 나라에 배정될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전망이다. 아이폰 수요가 세계적으로 1% 수준도 안되는 한국 시장을 겨냥해 애플이 우선 공급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기본 지원 언어에서 한글이 빠진 것도 문제다. 애플이 3년 전에 아이팟을 한글 지원 없이 출시한 적이 있으나 MP3플레이어와 달리 아이패드는 e북 콘텐츠와 웹 서핑이 중심인 제품이어서 한글 지원은 필수다. 애플은 아이패드에 중국과 일본어를 지원했으나 한글 지원 계획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한글 콘텐츠의 부족도 문제다. 애플 앱스토어나 북스토어엔 국내 이용자가 쓸 만한 아이패드용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이패드의 기본 웹브라우저인 사파리가 어도비의 플래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브엑스를 지원하지 않는 것도 약점이다. 둘을 지원하지 않으면 국내 90% 이상의 웹사이트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아이패드에 적용한 심(SIM)카드는 국내 규격과 달리 5% 가량 크기가 작은 것도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이통사의 수익 창출에 별 도움이 안된다. 애플이 콘텐츠 유통을 앱스토어와 북스토어로 단일화하면서 이통사로선 접속료 외에 별다른 수익을 얻을 수 없다. 이통사들은 다만, 아이패드가 무선인터넷의 활성화엔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형욱 KT 단말전략담당 상무는 “아이패드는 스마트폰과 넷북의 중간 선상에 있어 아이폰처럼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준용 통합LG텔레콤 전략기획실 상무는 “아이패드 출시가 e북 콘텐츠 시장 창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돼 e북 콘텐츠나 인터넷포털 업계가 어느정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지만 이통사 입장에선 뚜렷한 수익모델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도 국내 도입은 이른 시일 내 불가능하다. 이통사들이 애플과 당장 도입 협상을 시작해도 수개월이 걸린다. 국내 통신망과의 연동성 검증까지 감안하면 적어도 10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다. 유통 대리점 직원에 대한 교육부터 가격 정책까지 과제도 많다. 한마디로 아이패드 연내 도입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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