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 치는 상사, 뒤통수 치는 동료, 땡땡이 치는 후배, 매일 때려 치우고 싶은 나. 다음 달 카드 빚이 유일하게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고 6개월 뒤 여름 휴가가 유일한 나의 비전이다. 군대살이보다 더 끝이 안 보이고, 감옥살이보다 더 불규칙한 직장살이. 잔혹하고 혹독한 직장생활에서 오늘도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친다. 선배는 “한 살이라도 많은 네가 참으라”고 하고, 후배는 “당장 잘라버리라”고 하고, 친구는 “상황에 따라 다를 테니 알아서 잘해”라고 한다. 충고하는 사람마다 자기 경험을 등에 업고 자기 안경을 눈에 썼다. 시험 보고 정답 맞히는 교과서처럼, 직장도 정답을 알려주는 교과서가 있었으면 좋겠다.
남자와 여자, 달라도 너무 달라 남녀 탐구생활이 필요하듯 상사와 부하, 달라도 너무 달라 직장 탐구생활이 필요하다. 학교에선 방학숙제로 과학도 탐구하고 지리도 탐구하고 심지어 곤충까지 탐구했는데 정작 사회에서 필요한 것들은 제대로 탐구하지 못했다. 우랄산맥이 몇 미터고 미·적분 공식이 어떤지는 달달 외웠건만 실상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상사와 부하와 자신을 탐구하는 데는 우리 모두 초보다. 문제는 100개도 넘는데 해답지는 온데간데없고, 공인된 교과서가 없어서 그런지 처방은 각양각색이다. 나마저 그 식상한 해결책의 끝자락을 잡고 어설픈 처방전을 쓰고 싶지 않았다. 결론은 안 나지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해결은 안 되지만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답보다 답에 이르는 과정이 중요한 수학문제처럼 답을 찾는 여정을 모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래 그래, 별 수 없어, 해도 안 돼”라는 자조섞인 포기가 아니라 “그랬구나, 이해되네, 조심하자”며 서로에게 좀더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0년 ‘직장 탐구생활’은 이런 소망으로 출발한다. 시시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직장인의 딜레마와 그 행동의 저변에 깔린 각자의 처지를 헤아려 서로를 영화처럼 보게 하고 싶다. 이 글을 통해 뾰족한 묘수는 아니지만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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