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선 인수 완료…글로벌 컴퓨팅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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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라클이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인수 완료를 선언하면서 글로벌 컴퓨팅 시장이 ‘공룡들의 전쟁터’로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는 27일(현지시각) 인수 완료 보고회에서 “오라클의 2010년 비전은 1960년대 IBM의 비전과 같다”며 정면승부를 선언했다.

 오라클의 공세에 IBM·HP·시스코시스템스·EMC 등 경쟁 업체의 인수합병(M&A) 맞불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오라클은 선 인수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중심으로 한 기업용 SW 분야를 넘어 기업용 HW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더불어 선이 보유한 자바 기술과 공개 DBMS ‘마이SQL’이라는 지원군까지 얻어 경쟁력을 높였다. 일단 오라클은 서버·스토리지·소프트웨어 등 선의 제품군을 모두 살려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오라클의 합병 사업전략 자료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문구는 ‘선이 투자하던 것보다 더 많이 투자한다(more than SUN does now)’였다. 다만 오라클은 단순히 이를 유지하기보다는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꿔나갈 방침이다. 선의 모든 제품군을 유지하되 해당 제품군별로 모델 수를 줄이거나, 영업방식을 개선해나갈 공산이 크다.

 이미 지난해 수차례 IBM을 겨냥해 선보인 비교광고에서도 예고됐듯이 선을 인수한 오라클의 첫 번째 화살은 IBM을 향했다. 엘리슨 CEO는 이날도 IBM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오라클의 2010년 비전은 1960년대 IBM의 비전과 같다. 하지만 메인프레임에 기반을 둔 폐쇄된 시스템이 아닌 오픈 시스템에 기반을 둔 통합”이라며 IBM에 대한 상대적인 우위를 강조했다.

 엘리슨 CEO의 구상대로 IBM과의 경쟁이 쉽게 풀릴지는 불확실하다. 선의 유닉스·x86서버 제품군을 얻었지만 이미 선은 서버 시장에서 IBM과 HP의 경쟁에서 뒤처진 지 오래다. IBM과 HP는 지난해 3분기 세계 서버시장에서 각각 30%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선은 7.5%에 불과했다.

 또 오라클은 IBM이나 HP와 달리 서비스 부문의 역량이 약하다. IBM·HP 모두 컨설팅·아웃소싱 부문의 M&A를 거쳐 경쟁력을 키워왔기에 현 수준만 놓고 보면 아직 오라클은 솔루션 단품을 공급하는 것 이상의 능력은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약점은 결국 오라클이 또 한 번의 M&A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또 이뿐 아니라 오라클의 과녁이 돼버린 IBM, HP와 오라클에 선수를 빼앗긴 시스코·EMC·MS 등도 M&A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이들 업체가 신규 제품군 확보를 위해 IT업체를 인수할 것이라는 루머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호준·김인순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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