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은 올렸다. 이제 출항이다.’
전자·통신·IT 대표 기업이 다시 출발선에 섰다. 지난해 최악의 경기 침체 상황에서 승전보를 올린 삼성·LG·SK 등은 신발끈을 다시 매고 새해 첫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세계 시장 곳곳에서 파죽지세로 승전보를 올린 여세를 몰아 올해도 공격 경영의 고삐를 한층 죌 태세다.
간판 기업의 ‘2010 경영전략’은 한 마디로 신사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미 최고 경영자는 신년사 등을 통해 올해 경영 화두로 미래 사업 발굴을 낙점했다. 좁은 국내에서 벗어나 넓은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사상 최대의 매출과 수주도 자신했다. 러시아·브라질·아프리카 등 해외 신시장은 최고경영자가 직접 챙길 계획이다. 신·재생 에너지, 태양광, 바이오, 헬스 같은 신사업 발굴에도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메모리 반도체·LCD 부문에만 최소 8조5000억원을 쏟아 붓는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7일 개막한 가전·멀티미디어 전시회 ‘CES 2010’ 현장에서 ‘승자독식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새해 출사표를 거듭 강조했다. 최 사장은 “올해 CES에 금융 위기 여파로 참가하지 않은 회사도 있지만 삼성은 오히려 전시 참가 규모를 늘렸다”며 “올해가 2020년 삼성전자의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원년”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사업팀을 새로 맡은 김순택 부회장의 각오는 더욱 절절하다. 김 부회장은 “차세대 전지에서 바이오, 헬스케어 등 미래 삼성을 이끌어갈 수종사업에 아낌없이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는 올해 투자액을 사상 최대인 15조원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11조7000억원에 비해 28% 가량 늘렸다. 올해 매출 목표도 지난해 125조원보다 8% 증가한 135조원으로 잡았다. 특히 5∼10년 후 산업지도를 바꿀 수 있는 미래 신사업을 위해 연구·개발(R&D) 예산을 지난해보다 23% 많은 3조7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시설 투자액도 30% 늘어난 11조3000억원을 집행해 처음으로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주요 투자처는 LCD 패널과 유리기판, LED칩, 스마트 TV, 신·재생 에너지, 복제약으로 불리는 바이오 시밀러 분야 등이다. 구본무 LG 회장은 “5년, 10년 후를 내다보며 사업 판도를 바꾸는 기반 기술을 키워 나가야 한다”며 “시장을 바꿀 기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SK는 중국에 사활을 걸었다. 올해 상반기 내 중국 총괄 법인을 세우고 중국을 글로벌 비즈니스 발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연구개발 기능을 크게 강화했으며 종합연구소격인 ‘테크이노베이션센터(TIC)’도 설립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는 섬유로 출발해 필름, 종합상사에서 에너지·통신 사업으로 도약을 거듭해 왔다”며 “올해 중국 사업 비중을 높여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자료에서도 대한민국 대표 기업의 당찬 각오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전경련 자료에 따르면 30대 그룹은 올해 투자·신규 고용을 각각 16%, 8% 이상씩 늘리기로 했다. ‘공격 경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것이다. 투자 규모는 지난해 74조8013억원에 비해 16.3% 증가한 87조150억원으로, 신규 채용 인원도 7만2863명이었던 전년보다 8.7% 증가한 7만9199명에 달했다.
지난해 기업 경영의 화두는 ‘위기 극복’ ‘비상 경영’ 등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밀레니엄 시대 10년을 보내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올해 경영 키워드는 ‘글로벌 시장 점령’ ‘신성장동력 발굴’ 등 더욱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형태로 바뀌었다. 2010년 대한민국 간판 기업은 블루오션을 향한 힘찬 날개짓을 시작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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