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PDA 몰아내고 노트북 따라간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컴퓨팅 환경 도입

 모바일 컴퓨팅 혁명이 일고 있다. 지난해 삼성증권이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 기반의 유무선통합(FMC) 모바일 컴퓨팅 환경을 구축한 데 이어 CJ제일제당·삼성SDS·아모레퍼시픽·KT·기상청·서울도시철도공사 등 많은 기업이 연이어 모바일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했거나 전사에 확대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CJ·코오롱·삼양·동부·신세계 등 그룹 차원의 모바일 컴퓨팅 도입도 활발하다. 올해는 LG·현대차그룹 등도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컴퓨팅 인프라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컴퓨팅 인프라는 이제 기업들 사이에서 하나의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모바일기기들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2013년에는 휴대폰이 PC보다 웹에 접근하는 장비로서 더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며 “이미 PC 시대의 황금기는 지났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기업들 사이에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컴퓨팅 환경은 지난 2000년대 초반 휴대용정보단말기(PDA) 기반의 모바일 컴퓨팅 환경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과거 PDA가 업무 시간 중에 활용하는 업무용 모바일기기였다면, 스마트폰은 일상 속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개인용 모바일기기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성능 스마트폰 등장으로 모바일 컴퓨팅 확산=기업의 모바일 컴퓨팅 도입이 열풍처럼 번지는 데는 성능과 사용자 편의성이 대폭 개선된 아이폰·옴니아2폰 등 고성능 스마트폰의 등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들의 모바일 컴퓨팅 도입 배경인 스피드경영, 협업체계 강화, 현장의 실제 데이터 활용 등의 요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또 기업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모바일 상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관련 기술들도 어느 정도 개발된 상태였다. 그룹웨어 패키지 솔루션업체들은 모바일 상에서 모든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제품을 업그레이드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컴퓨팅 환경이 확산되지 못한 이유는 늘 주머니 속에 갖고 다니고 싶은 고성능 휴대기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바일 컴퓨팅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KT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모바일 컴퓨팅 도입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스마트폰의 성능이 개선된 점도 있지만 가벼워지고 세련된 디자인도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면서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회사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개인적으로도 소유하고 싶어하는 휴대단말기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기업들이 통신비용을 줄이기 위해 IP 기반의 FMC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FMC를 도입하면서 스마트폰으로 기업 내 유선전화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은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컴퓨팅 환경만을 구축하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 FMC의 일환으로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임원 대상의 그룹웨어 구현하는 초기 단계=국내 모바일 컴퓨팅 환경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기업이 영업 및 현장 근무자를 위한 특정 업무를 스마트폰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해당 정보시스템과의 연동을 구현했거나 현재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 도입 기업은 전자메일·전자결재·사내게시판 등 그룹웨어 업무를 처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전화 단말기가 갖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즉 스마트폰이 아무리 급속도로 진화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노트북 성능과 기능을 따라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이 확장된다 하더라도 조회 업무를 넘어 비정형 데이터를 추출하거나 분석하는 업무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상몽 CJ제일제당 상무는 “향후 영업직원 대상으로 현장에서 생산 및 구매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인프라를 마련해 줄 계획이지만 이는 스마트폰 기반이 아닌 넷북 기반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이는 스마트폰이 갖고 있는 문서 처리의 한계 때문이다”고 말했다.

 정은조 한진해운 상무는 “고객관계관리(CRM)나 화물 추적 업무 등을 스마트폰 상에서 구현하는 방안을 검토 했으나 현재로서는 스마트폰의 배터리 한계, 송·수신 용량의 한계 등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는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아직까지는 비싼 단말기 가격과 통신비용도 모바일 컴퓨팅 환경을 전사 업무에 적용하는 데 어려운 요인으로 여겨지게 하고 있다. 현재 단말기 가격은 일반 소비자가격보다는 다소 낮게 구매를 하지만, 그 수준이 20∼30% 정도 낮은 것에 불과하다. 그나마 보조금 지급이 어려운 단말기는 요금제 선택을 통해 가격을 할인받고 있다. 통신요금은 보통 대당 8만∼9만원 정도다. 전사 적용을 고려한다면 기존 통신비용을 절감하기는 커녕 오히려 비용이 확대될 수도 있다.

 ◇머지 않아 1단계 넘어 2단계로 진화=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면 현재의 초기 1단계 수준의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컴퓨팅 환경은 보다 진화된 2단계 수준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전망의 가장 큰 배경은 1단계와 마찬가지로 역시 스마트폰이 자리잡고 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스마트폰 출시 경쟁이 현 모바일 컴퓨팅 환경을 2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최근 삼성전자·LG전자·모토로라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비롯해 KT·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들도 기존 제품의 업그레이드 버전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 등을 대거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기업들이 출시하겠다고 밝힌 단말기만도 대략 50여종에 이른다. 이들 제품이 대거 시장에 출시되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경쟁은 한층 더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사용자 편의성이나 성능 면에 있어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단말기 가격, 통신비용 등이 낮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곧 기업이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컴퓨팅 도입을 확산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컴퓨팅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KT는 올해 도입 기업이 200여개가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SDS·KT·SK텔레콤 등 모바일 컴퓨팅 구축사업자들도 기존의 업무시스템과 윈도모바일·아이폰·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모바일 운용체계(OS) 등과 연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제공할 방침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보다 쉽게 다양한 업무의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모빌씨앤씨 등 전문 모바일 솔루션업체들은 어떤 애플리케이션이든 해당 스펙을 활용해 여러 모바일 OS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모바일 에이전트를 개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룹웨어 이 외의 특정 업무를 스마트폰에서 구현하려는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앞서 400명의 영업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에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의 판매·주문·채권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구현한 데 이어 최근에는 에스테라피사업부에 소속된 뷰레이터 1500명을 대상으로 고객·재고·자료관리 등의 업무를 스마트폰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기존 정보시스템과 연동작업을 하고 있다. 신영증권도 CRM 업무를 스마트폰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김정욱 액센츄어코리아 전무는 “불과 2008년까지만해도 전사모바일서비스(EMS)라는 말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모바일 컴퓨팅 환경은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다”면서 “그러나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모바일 컴퓨팅 환경은 급속도로 개화기를 맞기 시작했고 2단계도 곧 현실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혜권·성현희·유효정기자 hk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