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납품단가 문제, 中企 책임만은 아니다

 중소기업이 겪는 납품단가 문제가 ‘중소기업간 과당경쟁’ 때문이라는 전경련 보고서가 나왔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가 대기업 납품가격 결정구조에 관해 조사한 연구용역 결과다. 보고서는 그 근거로, 독창적이거나 원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은 비교적 가격 인하 요구로부터 자유롭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따라서 단가 인하 문제가 납품업체와 대기업간의 문제라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으며, 오히려 중소기업이 기술 경쟁력을 향상시켜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대기업 납품을 놓고 벌어지는 중소기업끼리의 과당경쟁이 심각한 문제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대기업이 납품가격을 깎지 못하도록 독창적인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것도 상당부분 중소기업 책임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 현실과 하청 구조를 감안하면, 납품단가 인하 요인을 중소기업 책임으로만 돌리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대기업은 경쟁력을 높일 투자 여력이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그럴 여유가 없다. ‘독창적인 제품’이나 ‘원천기술’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을 때 이야기다. 중소기업 대부분이 선택할 여지조차 없이 하나의 제품과 하루하루의 생존에 매달려 있다. 연구와 생산, 마케팅 라인도 별도로 없다. 중소기업 매출은 곧바로 원자재 대금과 임차료, 직원 월급으로 고스란히 쓰인다. 정부 돈을 꿔다 하루하루 운전자금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제품 생산과 판매가 투자로 이어지는 순환고리가 이미 깨졌음을 의미한다.

시장경쟁을 통해 중소기업간 과당경쟁과 납품단가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해야한다는 주장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경련 보고서도 중소기업이 기술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대기업, 중소기업,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주장은 보고서 끝이 아닌 첫 머리에 나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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