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세종시, 제로섬 안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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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목요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천 송도신도시를 찾았다. 서비스산업 선진화와 관련한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이날 윤 장관은 송도 국제학교와 베니키아 송도 브릿지 호텔 등을 방문했다. 그의 방문은 세종시 수정안이 나온 직후여서 어 느때보다 시선이 쏠렸다. 윤 장관은 인천시가 솔깃한 만한 발언을 했다. 외국교육기관이 결산 잉여금을 본국에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인천시가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온 규제완화다. 그러나 이정도로 세종시 발표에 부글부글 끓는 인천시를 가라 앉히기 역부족이라는 느낌이다.

 세종시 수정안 발표후 인천경제제자유구역(IFEZ) 사람들은 “커닝 당한 기분이다” “열심히 준비해 남 좋은 일 시킨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세종시 수정안과 인천경제청 비전은 유사하다. 시는 “우리는 상하이·싱가포르·두바이와 경쟁한다”며 짐짓 태연한 모습이지만 실무진들은 큰 위기감을 느낀다. 기업 유치 조건이 세종시가 인천경제자유구역(IFEZ)보다 훨씬 좋기 때문이다. 우선 땅값이 그렇다. 세종시가 제공하는 원형지 가격이 IFEZ보다 2∼3배 싸다. 세제 혜택도 더 많다. IFEZ에는 국내 기업에 대한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이 전혀 없다. 세종시는 법인세와 소득세 모두 3년간 전액 감면된다. 신축 건축물에 붙는 취득세와 등록세도 마찬가지다. 세종시에 들어갈 기업은 국내외 기업을 가리지 않고 무기한 취득세와 등록세 납부를 면제 받는다. IFEZ에선 산업단지에 들어갈 때에만 세금 혜택을 받는다. 이러니 포스코 등 인천지역 입주를 약속한 기업마저 세종시로 눈을 돌린다는 말이 나돈다.

 IFEZ는 국내 첫 경제자유구역으로 2003년 8월 11일 지정됐다. 당시 정부는 원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홍콩·상하이·싱가포르 등 글로벌도시와 경쟁하는 동북아 비즈니스 거점 도시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뒷받침은 미흡했다. 정부가 기반시설 사업비의 50%까지 지원할 수 있지만 정작 지원은 이에 훨씬 못미쳤다. 총 사업비중 국비 지원 비중은 2004년 5.2%, 2006년 14.7%였다. 지난해에 10.5%, 올해 12%다. 더 큰 문제는 각종 규제다. 지난 6년여간 각종 규제가 IFEZ 발목을 잡았다. 삼성 유치도 사실 인천이 먼저 시도했다. 2005년 삼성전자는 송도국제도시 핵심 지역인 5·7공구에 330만㎡에 달하는 생산기지를 만들려 했다. 그런데 수도권 규제가 이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삼성 유치를 무산시킨 이 규제는 지난 10월에야 풀렸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자본 유치가 미흡하다며 규제 완화 등 전면적인 손질을 가할 방침이다. 늦게나마 문제를 인식했다니 다행이다. 그러나 문제의 출발점이 정부였음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전국 시도지사들와 만나 “세종시로 인해 다른 지역이 피해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세종시와 다른 지역이 제로섬이 돼선 안된다. 도시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인 시대에 이는 너무 큰 불행이다. 이를 잘 안다면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의 규제를 확 풀어야 한다. 세제 혜택을 늘리고 외국의 교육기관과 병원이 들어서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개발부담금도 감면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없이 세종시에 대한 발표만 하나둘 늘릴다면 다른 지자체로부터 이런 소릴 들어도 정부는 할말이 없다.“에이, 빵꾸똥꾸야”.

방은주 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