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사정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올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규모를 대폭 축소한 점을 감안하면, 업계의 자금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다행히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 출구전략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500개사(대기업 75개사, 중소기업 42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 자금사정지수(FBSI)’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110을 기록한 FBSI는 4분기 106으로 하락한데 이어 1분기에는 다시 99로 떨어지며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지수는 기업들의 자금흐름을 수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전분기에 비해 자금 사정이 호전될 것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며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좋은 곳이 크게 많았으나, 올들어 부정적인 업체가 더 많은 셈이다. 상의 측은 “경제의 빠른 회복세에도 세계 금융시장과 환율의 움직임이 아직 불안하고 원유와 원자재 가격도 상승하고 있어 향후 경기를 낙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기준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1분기 자금 사정 악화가 예상되는 이유로는 ‘매출감소’(77.7%)를 가장 많이 들었으며, ‘수익성 감소’(15.2%) ‘제조원가 상승’(4.4%) ‘대출 축소’(1.8%) 등의 순이었다. 자금조달과 관련한 애로사항으로는 41.8%가 ‘금리 부담’을 들었으며, ‘매출채권 회수 부진’(18.4%) ‘신규대출 및 만기연장’(17.9%) ‘외환 변동성 확대’(11.6%) 등이 뒤를 이었다. 김학선 상의 금융세제팀 차장은 “올해 출구전략을 시작한다고 보는데 경기가 좋으면 상관없겠지만 생각보다 빨리 회복이 안되면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당부했다.
한편,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악화하면서 정부도 출구전략 시행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1주년 세미나’에 참석해 “경기 회복의 온기가 윗목까지 도달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 시점에서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경우 경기 회복의 기운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민간의 자생적 회복력이 강화될 때까지 확장적 재정·금융정책 기조를 견지하는 한편 기업의 부채 수준을 적정하게 관리하고 단기외채, 예대율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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