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비즈,또 다른 코리아의 힘] 포스코·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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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 녹색옷 입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포스코는 배출하는 양 만큼이나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 규모 역시 엄청나다. 지난해 2월 정준양 회장 취임 이래 녹색성장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정준양 회장은 지난해 7월 기술·투자·연구 분야의 포스코 임원과 그룹사 대표 등 총 19명으로 구성된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 포스코 그룹의 녹색성장을 이끌도록 했다.

포스코패밀리 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녹색성장 마스터플랜을 확정하고 합성천연가스·스마트 원자로·풍력발전·발전용 연료전지·스마트그리드 등에 총 7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유해 물질을 배출하고 에너지 소비량도 많은 제철소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최근 들어 지속가능경영 모델로 환경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해 설비투자액 중 2147억원(12%)를 환경설비에 투자하고 대기환경 개선 설비를 확충, 3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2006년보다 20% 이상 줄였다.

지난 2007년 상용화에 성공한 파이넥스 공법의 경우 기존 고로 공정에 비해 대기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로 최신 고로공정과 비교해도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먼지 배출량이 각각 19%, 10%, 52% 수준에 불과하다.

탄소 대신 수소를 이용해 산소를 분리해내는 ‘수소환원 신제철법’ 개발도 눈여겨 볼 만하다. 탄소 대신 수소를 제철에 도입해 이산화탄소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는 기술이다.

철강부산물인 슬래그도 환경경영에 한몫하고 있다. 철광석에서 쇳물을 뽑아내고 남는 찌꺼기인 슬래그를 시멘트와 비료의 원료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포스코는 폐기물로 버려지는 슬래그를 재활용, 591만톤의 이산화탄소를 간접 감축했다.

포스코의 이같은 녹색경영 실천은 사업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야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바로 사회적 온실가스 감축활동(Green Steel)이다. 고효율 자동차강판과 같은 에너지절약형 소재공급과 철강 부산물을 이용한 시멘트 원료 대체 등이 그 예다.

고장력 강판이란 차량을 가볍게 해 연비를 높이는 것이다. 두께가 얇아도 일반 강판과 강도가 같기 때문이다. 전기강판의 경우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기와 송배전 변압기, 모터 등에 사용되며 일반재 전기강판에 비해 에너지가 절감된다.

환경재단과 함께 진행하는 ‘하이 에코키즈(High Eco-Kids)’ 프로그램은 공부방 어린이들에게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는 에코패밀리 가이드북 등을 나눠주고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환경을 보호하고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활동이다.

◆LG화학, 사내 배출권 거래제도

오전 X시. 개장 시간이다. 거래가 시작됐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제공하는 배출권 거래시스템 ‘KEMCO―ETS’에 접속,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로그인을 한다. 화면 가득 전체 주문현황과 거래정보, 매수 및 매도 이력 등이 노출된다.

사전에 입력해놓은 △예상배출량 △자체감축량 △총배출권량 △순배출권량 △실제배출량 △의무준수효과 등을 확인한다.

감축목표량을 채우지 못한 사업장은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배출권을 사려하고 감축목표량을 초과 달성한 사업장은 최대한 비싼 값에 팔려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마감시간이 다되자 매수주문과 매도주문이 등록되면서 거래가 이뤄진다.

LG화학의 사내 배출권 거래제다. 지난 2006년 2월 지식경제부와 온실가스 사내배출권거래제도 실시를 위해 양해각서를 교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LG화학은 사용하는 에너지 종류만 20여개에 달한다. 총 8개의 사업장을 갖추고 있으며 생산 제품과 공정, 규모가 제 각각이다. 회사 자체적으로 거래 조건이 충분하다.

1차 년도 사업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진행됐다. 2007년에는 거래를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 및 인식을 확산시키고 온실가스 배출량의 신뢰도를 위해 여수·오창 사업장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 제3자 검인증도 받았다. 또 온실가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웹 기반 시스템인 GEMS도 구축했다.

이어 2008년도에는 배출권 거래 대상 사업장으로 청주 사업장을 선정하고, 5개 생산팀을 대상으로 3회 거래를 실시했다. 거래 방식은 총량 규제방식(Cap-and-Trade)으로 실시했다.

2009년에는 2008년 실시한 총량 규제 방식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고 여러 배출권 거래에 대해 학습하기 위해 감축 사업에서 발생한 배출권을 거래했다. 거래는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2회에 걸쳐 실시됐다.

거래 결과 계획보다 많은 양의 배출권이 공급됐지만 거래 초반에 다량으로 매도한 사업장이 후반에 온실가스 배출량 의무 준수를 위해 매수 사업장으로 바뀌면서 배출권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다.

수익을 낸 사업장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목표를 미달하면 패널티가 부과된다. 거래 결과에 따라 사업장별로 순위가 매겨진다. 거래횟수보다는 거래 차익 실현 등 목표달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인센티브만 존재하며 경영실적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LG화학은 올해부터 해외사업장 및 국제 배출권 거래와 연동해 거래하는 4단계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한편 2012년까지 중국을 포함한 해외 사업장의 인벤토리를 구축하고 제3자 검인증을 수행, 국가 배출권거래제 참여를 위한 기반 구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터뷰-박인 LG화학 환경안전팀 팀장

“사내 배출권 거래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수단 중 하나일 뿐이죠.”

배출권 모의거래를 총괄하는 환경안전팀 박인 부장은 배출권 거래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 안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부장은 “모의거래는 의무감축을 받았을 때 미리 준비해 놓기 위한 수단”이라며 “비용을 적게 쓰면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모의거래를 통해 배출 총량을 할당하는 방식과 프로젝트별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갖고 거래하는 방식 둘 다 적용해봤고 외부 규제가 발생할 경우 배출한도를 배출권거래를 통해 준수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부족한 점도 없지 않았다.

“현재 국제 탄소배출권 시장의 경우 선물거래 형태지만 모의거래에서는 현물거래로 진행됐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이와 함께 배출권 거래의 목적이 감축비용 절감이나 감축활동 장려인데 모의거래에서는 거래활동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박 부장은 모의거래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배출권의 선물·옵션 거래 등 배출권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조사·분석을 통해 모의거래에 이를 도입할 수 있는 지도 검토키로 했다. 또 배출권 거래를 통해 감축활동을 장려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번 모의거래를 통해 사업소마다 배출권 거래 전문가를 양성해놓았다는 겁니다. CEO의 의지와 직원들의 인식전환도 중요한 성과죠. 먼저 시작한 만큼 경험도 있고 우리에게 유리한 시스템을 알고 있다는 게 실제 의무감축이 할당될 때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박 부장은 “올해부터는 2단계 사업으로 국내 사업장과 해외 사업장을 연계해 거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중국 내 사업장을 대상으로 인벤토리를 올해 내 구축하는 한편 관련 교육도 병행해 내년부터는 실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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