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과 넷북, 휴대폰의 초박형화에 따른 수요 확대를 미리 예측하고, 과감하고 신속하게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라고 봅니다.”
경북 구미산업단지 소재 이코니(www.slimglass.com)의 박형근 대표는 “금융 위기 때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과감한 투자로 승부를 건 것이 최근 두 배 이상의 매출로 이어진 비결”이라고 말한다.
LCD 유리식각 전문기업인 이코니가 지난 2008년 말부터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 9월까지 2008년 매출의 3배 이상을 설비 확대에 투자해 최근 유리식각 분야 1위 기업으로 우뚝서 화제다.
이코니는 지난해 초 세계 최초로 TFT LCD 5세대 패널(1200×1300㎜)을 슬림 에칭할 수 있는 직하(다운 플로) 식각 장비를 개발했다. 이 장비는 합착 패널을 한꺼번에 30장씩, 0.6㎜ 두께 이하로 처리할 수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한 뒤 지난해 9월 이코니는 2008년 매출액(56억원)의 세 배에 가까운 150억원을 투입해 구미4단지내 1만6500㎡ 부지에 슬림 에칭 전용 2공장을 지었다.
그때만 해도 회사 내부에서는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인데다 당시 1공장만(3세대 식각장비 라인)으로도 충분히 물량을 소화했기 때문에 무리한 투자라는 우려가 많았다.
박형근 대표는 “연 생산 규모가 매출액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 제조업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당시 투자는 중소기업으로서 너무 무리한 도전이라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박형 LCD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믿고 투자를 과감히 결정한 그의 예측은 적중했다. 어려웠지만 지난해 9월 공장을 준공하고 5세대급 식각장비 6대를 설치하자 곧바로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지금은 2공장만으로도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해 올해 말까지 2공장의 남은 공간에 6대의 장비를 새로 더 들여놓을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이코니는 세계 최대 식각 양산 설비를 갖춘 회사가 되는 셈이다.
투자에 이어 매출도 급상승했다. 지난 2008년 56억원이던 매출은 2공장 본격 가동에 힘입어 지난해 110억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25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2공장 라인이 두 배로 늘어나는 시점인 내년에는 매출 500억원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확대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2008년 말 32명이던 직원은 지난해 말 107명으로 늘었고, 올해 말이면 160여명이 될 전망이다.
이코니의 성장은 단순 공장 증설의 결과물이 아니다. 부설 연구소를 통한 자체 개발과 정부과제의 꾸준한 수행, 사업 아이템화, 과감한 시설 투자, 일자리 창출 등 선순환 기업 경영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박 대표는 “5세대 식각 분야 사업 외에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유리표면 처리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이 같은 기술개발과 투자를 기반으로 해외에도 진출하는 글로벌 유리식각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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