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주춤…한국IT도 멈칫?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달러 가치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이제 엔화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수출업체 대부분이 세계 시장에서 일본업체와 직접 경쟁하고 있어 엔화 값이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외환 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급락한(원화 강세) 가운데 엔화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 11일 원엔환율은 100엔당 1210.31원으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10월 이후 1년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연말만 해도 1300원대를 유지했던 엔화 가치가 100원 가까이 떨어졌다. 14일 원엔환율은 중국의 출구전략 준비(지준율 인상)으로 다소 오른 122.51원(재정환율)으로 마감했다. 올해 들어서만 3.05%나 하락했다.

 달러 당 엔화 가치도 줄곧 떨어지고 있다. 달러당 엔화 가치는 지난해 11월30일 86.61엔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 93.03엔을 기록했고, 현재는 달러당 91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중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엔화 가치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우리 수출업체들이 일본 업체를 따돌리는데 큰 몫을 했다. 엔화 값이 폭등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일본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나빠지자 국내 IT업계는 완제품 업체는 물론 부품 업체까지 고루 수혜를 봤다. 최근 엔고현상이 주춤하면서 수출업체의 가격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국면에서 원화 가치가 급락한데 비해 엔화 가치는 크게 상승해 극명한 한-일 기업간 가격경쟁력 차이를 유발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엔달러 환율이 상승해 엔화에 대한 가격경쟁력이 취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달러 당 원화 가치가 오르고 있지만, 달러 당 엔화는 내리고 있어 원화 강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김 연구원은 이로 인해 국내 IT업체의 투자매력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지난 금융위기 당시 엔고 현상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수준이고, 한국 기업의 질적 경쟁력이 높아져 엔화 약세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김학균 SK증권 연구원은 “원엔 환율은 최근 5년의 평균치보다 여전히 20%가량 저평가됐다”며 “한국 기업의 경쟁력 향상이라는 질적 요인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현재 원엔 환율의 절대 레벨 자체가 국내 수출 기업들에 나쁘지 않은 환경”이라고 평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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