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종시에 입주하기로 한 삼성·한화·웅진·롯데 등 기업과 고려대·KAIST 등과 14일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이 MOU는 근거 법이 마련되지 않아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종시를 본궤도에 올리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국민에 알리는 셈이다.
◇MOU 어떤 내용=A4 용지 2장 분량의 MOU에는 세종시를 행정 중심 복합도시가 아닌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만든다는 전제가 우선 명시됐다. 즉, 원안이 아닌 수정안을 바탕으로 기업 및 대학과 계약을 맺는다는 의미다. 정부는 첨단·녹색산업 단지(347만㎡)와 대학·연구타운(350만㎡)을 조성하고, 기업과 대학은 토지를 원형지 형태로 공급받는다는 내용도 담았다. 또 정부는 2010년말까지 행정적·제도적 절차를 조속히 추진하고 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지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대신 입주 기관은 관련 법의 제·개정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토지 이용 및 자금 조달 계획 등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양자는 2012년까지 단지 조성 및 시설물 설치공사를 착공하고, 2015년부터는 입주, 또는 개교해 시설물이 가동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상호 의무 내용도 담겼다. 이 MOU는 서명한 날로부터 효력이 발생해 2년간 유효하고 상호 동의하에 연장할 수도 있다. 이 협약에 근거한 구속력이 있는 계약이 체결될 때까지 입주자는 법적 의무를 면제받는다는 단서조항도 달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 김순택 부회장을 비롯, 주요 기업 대표와 대학 관계자들은 “관련 법을 조속히 제정해 연내에 착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MOU, 국민과의 약속이다=이번 MOU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은 MOU 조항에도 나타나 있다. 세종시 수정안을 규정하는 근거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MOU를 맺은 기업이나 대학이 차후에 입주하지 못하겠다고 나와도 정부 입장에서는 별다른 제재를 할 수가 없는 형국이다. 반면 세종시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 늦어져 기업이나 대학이 사업 추진에 손해를 입었다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한 위험을 내포한 MOU인 셈이다. 다만 원형지를 공급받은 기업과 대학이 의도적으로 사업을 지연하거나 투기할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세종시 밑그림이 마련된 만큼 이를 제도화·실행하는 것만 남았다”면서 “국민 앞에서 법·제도를 정비하겠다고 약속하는 것 만큼 기업과 대학들도 발전 방향과 투자 계획의 약속을 꼭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을 기존 특별법의 전면 개정으로 추진해야만이 조기 실행이 가능하다며 내달 의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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