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스포츠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촌을 뜨겁게 달굴 ‘빅 매치’가 줄줄이 대기해 있다. 당장 2월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6월 남아공 월드컵, 11월 중국 광저우 아시안 게임까지 ‘빅3’ 스포츠 이벤트가 열전을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자동차 경주 ‘F1(포뮬러 원)’도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경인년이 스포츠 마케팅의 최정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스포츠 마케팅은 투자 대비 효과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만국 공통 언어’로 불리는 스포츠는 확실한 브랜드 가치 상승 수단으로 인정을 받았다. 실제로 삼성·LG·현대 등은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직간접적으로 활용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 초고속 성장의 토대가 됐던 ‘신경영’ 선포 당시인 20년 전 삼성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보잘것없는 기업이었다. 브랜드 가치는 10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적인 멀티미디어 가전 전시회 ‘CES 2010’을 참관한 삼성 이건희 전 회장조차도 현장에서 “10년 전만 해도 삼성은 지금의 5분의 1 수준으로 구멍가게에 지나지 않았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 영국 브랜드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는 175억2000만달러로 세계 19위에 올랐다. 불과 20년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한 것이다. 실마리를 제공한 게 바로 스포츠 마케팅이다.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 후원과 함께 본격적으로 스포츠 마케팅에 눈을 돌리면서 삼성 브랜드를 세계에 알렸다. 이후 TV·휴대폰 등 주력 제품군의 선전에 힘입어 브랜드 가치가 상승곡선을 그렸다. 삼성전자 측은 “세계 각 지역 특성에 맞춰 진행하는 현지 맞춤형 스포츠 마케팅이 다양한 사업군과 시너지를 이루면서 브랜드 가치가 크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지구촌 스포츠 축제가 몰려 있는 올해를 국내 간판기업이 놓칠 리 없다. 이미 스포츠 마케팅 대전은 개막했다.
2010년 스포츠 마케팅의 포문을 여는 곳은 삼성전자다.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의 메인 스폰서 삼성은 지난해 말 열린 성화봉송을 통해 올림픽 마케팅의 막을 올렸다. 휴대폰과 에어컨 모델인 김연아 선수를 성화봉송 주자로 내세웠다. 동계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피겨 부문 메달리스트가 확실시되는 김연아 인기를 브랜드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간다는 게 목표다. 삼성은 또 밴쿠버에 올림픽 홍보관 ‘OR@S(Olympic Rendezvous @ Samsung)’를 개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옴니아 등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전 세계 고객이 어디서든 접속해 올림픽 경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퍼블릭 와우(WOW)’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6월 남아공 월드컵은 현대와 KT·SK텔레콤 등이 이끈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는 경기장 내 광고판을 이용해 전 세계 60억 인구의 눈을 사로잡는다. 때맞춰 국내에서는 통신 라이벌 KT와 SK텔레콤의 월드컵 응원 열전이 2002년과 2006년 이후 다시 한번 펼쳐진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국가대표팀을 10년간 후원하기로 계약한 KT는 국가대표 공식 후원사인 점을 적극 활용하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3·3·7 박수 응원으로 히트한 바 있는 SK텔레콤도 그때 감동을 올해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박지성·이영표 선수를 기업 광고 모델로 기용했으며 국가대표팀 경기를 무선인터넷 ‘준(June)’과 ‘네이트(NATE)’로 생중계했다. 실시간 동영상 중계, 실시간 문자 중계 서비스, 각종 경기 관련 소식을 제공하면서 월드컵 반사 이익을 누렸던 셈이다.
오는 10월 전남 영광에서 열릴 F1은 LG가 벼르고 있다. 최고 성능의 경주용 자동차로 실력을 겨루는 F1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8년 F1 글로벌 스폰서 계약을 한 LG전자는 대회장 곳곳을 LG 로고로 장식한다.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 세계 6억명이 시청하는 F1 방송에서 LG전자 스포츠 마케팅의 진수를 보여 주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세련된 디자인과 스마트한 기술을 한눈에 보여 주는 F1 이미지를 LG 브랜드와 결합하는 것이 마케팅의 목표”라며 국내에서 열리는 F1 대회가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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