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 기관장에게 듣는다] (8)박찬모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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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은 연구재단이 국가 대표 연구지원 관리기관이자 연구지원 관리의 글로벌 리더를 향해 웅비(雄飛)를 시작하는 도전과 혁신의 한 해가 될 것입니다.”

 박찬모 한국연구재단 이사장(75)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과학기술은 물론이고 인문·사회 분야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전 학문 연구를 아우르는 초대형 연구관리기관을 이끄는 수장다운 면모를 아낌 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기존 한국과학재단·한국학술진흥재단·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을 통합해 새롭게 출범한 한국연구재단의 올해 키워드는 단연 ‘도전과 혁신’이다.

 박 이사장은 ‘외유내강’이라는 평소의 좌우명에 걸맞게 지난 6개월 간 차근차근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기초연구 시스템의 틀을 바꾸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이사장 취임 직후 박 이사장은 우리나라 학술진흥과 연구개발 선진화를 위한 5대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모든 학문과 연구 분야에 대한 균형적·종합적 지원체제 구축 △연구자 중심의 연구환경 조성 △선진형 연구사업관리전문가(PM)제도 조기 정착 △연구개발 성과물 보호 및 확산체제 강화 △연구재단의 경영효율화 등이 그것이다.

 이 중 박 이사장이 가장 애정을 갖고 추진하는 핵심 사업이자 연구재단의 대표 브랜드가 바로 PM제도다.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PM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셨습니다. 연구재단 PM제도의 궁극적 목표와 올해 중점 추진 방향은 무엇입니까.

 ▲PM제도의 궁극적 목표는 연구재단의 주 고객인 연구자들에게 최고 권위의 전문가에 의한 최상의 연구지원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재단 설립준비 단계에서부터 PM제도’ 대표 브랜드로 설정하고 PM 중심의 선진형 연구지원·관리체제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미 해당 학문 분야 최고 권위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과 학계 추천을 거쳐 19명의 상근 PM(본부장·단장)을 선임했습니다. 상근 PM의 과제선정 업무를 도울 비상근 PM(전문위원) 237명도 위촉 준비 단계입니다.

 올해 재단은 ‘연구지원관리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기 위한 일환으로, 선진형 PM제도를 본격적으로 적용할 계획입니다.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PM의 전문성·책임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고 학문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연구지원 및 성과관리 체계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PM제도와 함께 안정적인 연구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오셨습니다. 올해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업은 무엇이 있을까요.

 ▲장기화되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신(新)지식창출과 인재양성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사업의 전 주기적 관리체계를 과학적·합리적으로 확립해 연구자들을 위한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올해 재단은 창의적·도전적·모험적인 연구지원을 확대하고 ‘성실실패를 용인하는 제도’를 도입하겠습니다.

 특히 기초연구와 풀뿌리 연구 지원을 더욱 강화해 이공계 분야 개인 기초연구비를 지난해 20.7%에서 올해 24.6%까지 확대했습니다. 오는 2012년까지 정부 지원분 중 기초·원천연구비 비율을 최대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올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당분간 저성장 구조가 이어진다는 예측이 제기됐습니다. 과학기술이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동안 선진국의 신성장동력과 먹거리를 창출했던 원동력은 바로 ‘기초연구의 힘’이었습니다. 또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할 수 있었던 성공요인도 정부의 과학기술 특히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와 열정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산업화 개발을 위주로 과학기술정책을 시행해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을 소홀히 했습니다. 그 결과, 세계적인 기초·원천기술 개발의 토대를 마련하기보다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고 따라가기에 급급했습니다.

 1970년대 산업화 이후 과학기술 발전을 누누이 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13명에 이릅니다.

 한국연구재단은 출범 이후 장기적인 국가 성장 잠재력을 견인할 기초·원천연구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이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할 것입니다.

 -연구재단이 이종 학문 간 연구를 통합 지원하게 됨으로써 융합 연구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매우 큽니다.

 ▲인문사회, 과학기술 분야를 지원하던 학술진흥재단과 과학기술 분야를 지원하던 과학재단이 통합돼 한국연구재단으로 출범한 것 자체가 인문사회·과학기술 융합연구지원에 대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입니다.

 21세기는 융·복합의 시대입니다.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분야가 서로 융합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미래 신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없고, 향후 국제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통섭과 융합이라는 학문의 시대적 흐름에 부응해 연구재단도 각 학문 분야의 융합연구, 특히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연계한 융·복합 지식 창조에 앞장서기 위해 출범 직후 조직을 세분화했습니다.

 기술 분야 간 융합연구도 확대해 고위험-고수익형 융합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추진하는 ‘미래유망 파이어니어사업’의 예산을 2008년 60억원, 2009년 120억원에서 올해 160억원으로 증액했습니다.

 -최근 정부가 세종시를 교육과학도시로 육성한다는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핵심 추진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과학벨트가 성공적으로 구축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요.

 ▲정부가 지난해 1월 13일 확정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은 일본의 쓰쿠바와 같은 기초과학도시를 조성해,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부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와 의지에서 출발했습니다.

 현재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설계비는 이미 확보됐기 때문에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성공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그곳에 입주할 외국인들의 정주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유비쿼터스 개념을 도입한 ‘u시티’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u시티가 성공적으로 구축되면 향후 그 플랫폼을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입니다.

 -부처 통폐합 이후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 부재로 과기계 목소리에 힘을 싣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에 공동선대위원장을, 당선 이후 정책위원을, 과학기술특보를 역임하면서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했는데 실제로 대통령께서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고 인식하고 계십니다.

 선거 때에도 ‘경제성장’을 거론하실 때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살아야 한다’고 말씀드리면 늘 수긍을 하셨죠.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될 때, 대통령의 의지는 교육부의 초중고 관련 업무는 지방자치단체로 보내고, 고급인재 및 과학기술인은 교과부에서 집중 양성하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실천이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부처 통폐합 이후 과기계에서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 부재 또는 기능 약화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익히 들었습니다.

 이는 지난 2008년 국가차원의 과학기술 로드맵이 정부 부처별 여러 위원회로 나뉘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분야별로 연계성이 부족하거나 서로 중복돼 벌어진 일이라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기본방향의 큰 틀 안에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기능과 운영을 보완·개선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연구재단도 국과위와 교과부 등 유관 위원회, 정부부처와 협력을 올해 지속적으로 확대·강화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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