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방통위, 벤처에 실질적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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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그리고 벤처.’

 벤처업계는 세 단어의 조합이 왠지 낯설다. 그래서 방송통신위원회를, 전신인 정보통신부로 바꿔 넣어 봤다. ‘정보통신부, IT 생태계, 그리고 벤처’로. 꼭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정통부는 이미 사라지고 없지만, 아직도 ‘방통위와 벤처’는 ‘정통부와 벤처’보다 덜 익숙하다. 이유를 생각해 봤다. 그리고 벤처인 당사자들에게도 물어봤다.

 대답은 간단했다. ‘진흥과 정책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과연 방통위 설립 이후 변변한 벤처 지원정책이 하나라도 있었는지 되묻는다. 방통위가 규제와 함께 진흥 기능도 담당한다는 방통위 설치법 상의 기능을 이야기하면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짓기 일쑤다. 결국 위원회 조직으로 출범한 방통위는 초기 조직의 혼돈 속에 최소한 대외적으로는 확실하게 ‘규제기관’으로 그 입지를 좁혀(?) 놓은 것이다.

 대한민국의 벤처는 통신·인터넷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서승모 벤처기업협회장의 말처럼 벤처기업 중 IT에 포진된 기업이 70%를 넘기 때문에 IT 생태계는 벤처기업의 생태계로, 생태계 운영의 키를 쥔 방통위의 정책에 따라 벤처는 생사를 달리한다.

 그러나 벤처인들이 느끼는 방통위 역할은 출범 초기부터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인 쪽에 가깝다. 벤처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방통위원장이 직접 참석하고 또 방통위가 초청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벤처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뚜렷한 정책을 내 놓은 적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방통위 내부에서조차도 ‘과연 방통위가 무슨 카드가 있다고 벤처 육성을 강조하는지’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벤처 업계도 꼭 집어 말하지 않지만 ‘총알(예산)이 없다’는 것을 대표적인 이유로 꼽는 분위기다.

 올해부터 방통위는 실질적인 벤처 육성 정책을 펼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추기로 했다. 우선 벤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ICT 생태계 조성을 책임진 프로젝트매니저(PM)의 활동을 바탕으로 벤처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방통위만이 가진 ICT의 정책적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3D방송’ ‘방통융합서비스 시범사업’ ‘무선인터넷활성화’ ‘클라우드컴퓨팅’ 등을 통해 새로운 벤처 붐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방통위가 벤처 지원을 호언장담하는 것은 내년부터 방송통신사업자가 조성할 방송통신발전기금 때문이다. 이 부문에서 벤처기업의 연구개발과 새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년 만에 벤처 육성 정책을 내놓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2년이란 세월을 그냥 보냈다. 이제라도 방통위는 ICT 벤처기업에 실질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벤처 업계는 잊혀질 만하면 한 번씩 행사장에서 위원장과 악수를 나누는 것보다,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나 프로젝트에 목말라 있다. 정통부가 해왔던 것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방통위가 정책으로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 오늘 벤처업계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새해 들어 처음 만난다. 악수하고 사진찍는 자리가 아니라 ICT 생태계와 벤처정책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