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발주 통신망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한 벤처 A사. 12억원대의 수주 기쁨도 잠시, 이 회사는 전체 예산의 40%에 달하는 선수금을 받지 못해 프로젝트 진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금 5억원을 초기 생산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한도 초과를 이유로 보증기관에서 선급이행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A사는 대표와 관계자 등이 연대보증을 섰지만 보증서를 끊지 못했다. 결국 다른 보증기관까지 복수로 이용해서야 어렵게 발급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기간의 3분의 1을 이행보증서 때문에 지체했다”며 난감해했다.
기술과 아이디어로 뭉친 신생 벤처기업들이 ‘이행보증서’ 문제로 정부 발주 프로젝트 진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 ‘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에 따르면 선금 등을 지급하고자 할 때 증권 또는 보증서를 제출받도록 한다. 이에 따라 기업은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 서울보증보험, 신용보증기관, 일부 업종의 공제조합 등에서 이행보증서를 발급받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이행보증서 발급 기준이다. 발급 기관들이 과거 실적(재무제표) 위주로 보증서를 발급하다 보니 실적이 적은 중소벤처기업은 담보는 물론이고 연대보증까지 세워도 역부족이다.
서울보증보험 모 지점 대표는 “대기업은 상관없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주로 재무제표를 보고 발급 여부를 결정한다”며 “이렇게 되면 소규모 기업은 보증서를 발급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관 관계자도 “이행지급보증은 일반 보증에 준해 심사를 한다”며 똑같은 잣대를 들이댄다고 했다.
이 같은 이행보증 관행에 벤처업계 불만은 매우 높다. A사 고위관계자는 “큰 사업은 대기업만 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사업 수주 후 오히려 흑자도산을 할 수 있으며, 납품이 늦어지면 페널티도 물어야 한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서승모 벤처기업협회장도 “정부가 프로젝트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가능성 때문에 보증서를 요구함으로써 선의의 피해기업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규제해결 기관인 기업호민관실도 이행보증 관행 개선을 검토 중이다. 윤세명 호민관실 사무관은 “해외에는 유례가 없는 제도라는 지적과 함께 여러 기업에서 해결 요청이 들어왔다”며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용어 설명
이행보증=기업이 건설공사·납품·용역계약 등 각종 계약에 수반해 발생하는 채무 이행을 보증하는 제도다. △입찰 참가에 부담하는 이행입찰보증 △수주에 따른 계약체결에 수반해 부담하는 이행계약보증 △계약체결가격과 낙찰금액의 차액에 적용되는 이행차액보증 △선수(급)금 등의 지급에 수반하는 이행지급보증 △하자보수 경우에 대비한 이행하자보증 등이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발주사업 대부분에 이행보증제를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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