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 열리는 CES는 최첨단 제품과 기술을 선보이는 장으로 꼽힌다. 올해는 기업들이 추상적으로 미래를 그리는 제품보다 조만간 실현 가능한 제품과 기술을 선보여 훨씬 더 생동감 있는 장을 만들었다. 특히, TV에 집중됐던 작년과는 달리 이번 CES에서는 PC부문과 생활밀착형 기술 및 제품에 대한 공개가 잇따랐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 공개의 중심에 중화권 기업이 빠지지 않는 것도 주목할 만한 요소였다. 3D TV는 더 이상 강조하는 게 무의미할 만큼 새로운 TV시장의 대세로 굳혀졌다.
◇포스트PC, 춘추전국시대=태블릿PC·넷북·스마트북·MID 등 PC를 닮은 디바이스가 대거 등장하면서 포스트PC 시대를 예고했다. 각 사의 전략에 따라 카테고리 분류를 다르게 하고 있지만, 기존 PC의 기능을 가져가면서 작아지고, 휴대성이 높아졌다 것이 포스트PC들의 공통점이다. 개화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PC처럼 제조, 프로세서, 운용체계(OS)에서 지배적인 기업이 없다는 것이 이 시장의 특징이다. 단말 제조 분야에서는 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빌립·레노버·MSI 등 신생기업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칩세트 부문에서는 인텔 외에도 엔비디아·퀄컴 등이 포스트PC용 칩세트를 적용한 제품을 공개하며 각축전을 벌였다. OS역시 윈도7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적용된 제품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전자책, 콘텐츠 확보가 관건=전자책은 포스트PC와 함께 매력적인 기기로 주목받았다. 소니와 삼성이 새로운 전자책을 공개한 데 이어 센트럴 홀에 마련된 e북 테크존에는 한국의 아이리버를 포함해 중국·우크라이나 등의 국가 업체들까지 등장해 전 세계적인 전자책 열풍을 반영했다.
대부분이 e잉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용자 편의를 위해 무선인터넷(Wi-Fi) 기능을 탑재하거나 이통사와의 제휴를 통해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추진 중인 경우가 많았다.
다양한 국가에서 기기를 출시했지만 킨들을 따라잡을 만한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 전자책 기업들이 공통으로 안은 과제였다. 소니·삼성 등 대기업의 제품을 제외하고는 엔토리지의 엣지가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제품은 듀얼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전자책과 넷북의 기능을 더한 제품으로 CES2010 혁신상에 선정됐다.
◇‘키트’ 현실에 가까워지다=외화 ‘전격 Z작전’에 등장한 만능차 ‘키트’가 CES에서는 현실에 가까운 일이 됐다. 전시기간 동안 선보인 차량 탑재 기술들은 음성으로 운전 중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손쉽게 즐기게 하고, 다양한 운전 관련 정보를 제공해 주행 중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가 기아자동차가 MS와 손잡고 발표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유보(UVO)’. 올 여름 미국형 소렌토부터 적용될 UVO는 음성으로 음악감상, 전화통화 등이 가능하게 한 시스템이다. ‘콜 제임스(Call James)’라고 말하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제임스에게 전화를 걸어주는 식이다.
엔비디아도 최신 그래픽 프로세서 ‘테그라’를 적용한 차량용 그래픽 시스템을 아우디와 함께 개발하겠다고 선언하고, 행사장 외부에 자신들의 차량을 전시했다. 이 외에도 JVC·넥스타·시들 등의 기업들은 HD라디오를 통해 업데이트된 교통정보를 음성으로 들려주는 내비게이션 및 서비스를 선보였다.
◇3D TV, 별들의 전쟁 예고=CES2010은 3D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사는 3D TV, 블루레이 같은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삼성과 LG는 물론이고 소니·파나소닉과 같은 일본 기업부터 하이얼·TCL 등 중화권 기업까지 3D TV를 출시했다. 하지만, 실제 상용화가 가능한 3D TV는 삼성·LG·소니·파나소닉 정도로 꼽힌다. 특히 가정에서 3D TV를 제대로 즐기게 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와 저장매체인 블루레이 플레이어까지 갖춰야 하는데, 이는 삼성·소니·파나소닉이 이 체계를 갖춘 모습을 보였다. 결국 3D TV 시장 역시 기술력에 콘텐츠 서비스 능력까지 갖춘 별들의 전쟁이 될 전망이다. 삼성은 LED·LCD·PDP 전 제품군에서 3D TV를 갖췄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약 2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LG 역시 올해 200만대 이상은 무난할 것을 전망했다. 소니는 구체적인 시장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3D 기술센터’ 오픈을 발표하는 등 공격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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