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사실상 전기·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제도를 유명무실화하는 새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해당 법률안이 개정되면 2만4000여개에 달하는 전기·정보통신·소방 등 전문공사기업이 대기업 하도급업체로 전락, 존폐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며 반발했다. 지식경제부·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도 이 같은 국토부 방침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7일 관련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onstruction Management at Risk)’ 제도 도입을 위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법률안을 마련해 유관 부처와 업무 협의 중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종합건설업체(CM사)가 발주자와 계약해 계획·관리 및 ‘시공’까지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CM을 수주했던 업체가 별도 발주 절차 없이 계약만으로 시공까지 할 수 있다.
개정안대로라면 ‘계약’은 발주와 수주 행위를 의미하므로 전기·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제도에 관계 없이 통합 수주가 가능해진다. 별도의 수주 절차도 사라질 전망이다. CM사가 발주자와 계약만 하면 직접 시공까지 턴키로 수주할 수 있다.
이는 전기·정보통신·소방시설·문화재 수리 등 4개 공사를 건설공사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건설산업기본법의 조항에 위배되는 것으로, 결국 전기·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의무제를 무력화할 것이라고 업계는 주장했다.
건설산업연구원도 2006년 9월 발표한 관련 연구보고서에서 해당 제도를 도입하면 전기·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제가 무너지고 하도급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보통신공사업계 한 관계자는 “2000년 도입한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의 용역형 CM제도도 전기·정보통신·소방·문화재 수리공사를 제외한 건설공사에 한정된 것으로 규정했지만 통합 발주하는 불법 사례가 만연했다. 법률 개정으로 시공까지 포함된다면 사실상 분리발주제는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기철 국토부 건설경제과장은 “4개 전문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상 적용되지 않아 이번 법률 개정안에 해당사항이 없다”며 “CM제도 자체도 발주자의 선택사항일 뿐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업계에서 우려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 시장은 연간 181조원 규모로 전기(19조원), 정보통신(9조6000억원), 소방(2조원)의 3개 전문공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6.9% 정도다.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건설업체는 전기(1만2000개), 정보통신(6800개), 소방(5000개) 3개 분야에만 2만3800여개가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시공책임형 CM(개정법률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