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KT가 유선전화사업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KT 입장에선 유지비용이 만만치않게 들어가고, 가입자 이탈 현상이 심한 유선전화사업을 언제까지 짊어지고 가야할지 고민스럽지않을 수 없다. 이동전화, 인터넷전화 등 통신수단이 이미 주류 서비스로 떠오른 상황에서 유선전화사업의 매력은 갈수록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KT가 앞뒤 안재고 유선전화사업을 당장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면 아마도 엄청난 논란이 일 것이다.
지금 미국에선 실제로 이런 상황이 발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통신사업자인 AT&T가 통신위원회(FCC)에 유선전화 사업의 포기 가능성을 언급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 AT&T는 작년 12월 21일 통신위원회(FCC)에 보낸 문건에서 "유선전화망(PSTN) 사업과 광대역 서비스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다"며 유선전화 사업의 종료 시점을 결정해야할 때라고 선언했다.
AT&T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미국 의회가 작년말 전 미국인들에게 광대역(브로드밴드)통신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FCC측에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현재 전체 미국민의 90%가 광대역 서비스망과 IP기반의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는데, 100%까지 확대하라는 게 미국 의회의 요구사항이다. 이를 위해 의회는 지난해 말 ‘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를 제정,올 2월까지 FCC측에 `국가 광대역통신망 구축계획`을 마련할 것을 명문화했다.FCC가 `국가 광대역통신망 구축계획`을 마련하면 AT&T는 광대역 통신망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만할 상황이다.
하지만 AT&T측은 100% 광대역 통신 서비스가 가능하기 위해선 유선전화사업에서 손을 떼고, 광대역 통신망 확충에 전력을 기울여야한다는 입장이다. 100% 광대역 서비스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대담한` 목표이기는 하지만 유선전화망 사업과 광대역 서비스 100% 보급 계획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는 것. AT&T는 광대역 서비스 확충에만 3천5백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야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AT&T는 유선전화사업(PSTN)과 전통적인 통신서비스(POTS)를 `지나간 시대의 유물‘로 규정했다.
가뜩이나 AT&T는 3세대(3G) 이동통신망 확장에도 돈을 쏟아부어야할 형편이다. 아이폰을 공급중인 AT&T는 지금도 대역폭 부족문제로 가입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3G통신망에 대해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최근에는 아이폰 가입자들이 통신 상태(불통,통화 중단,데이터 통신중단 등)를 통신사업자에게 리포팅할 수 있는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AT&T Mark the Spot`을 개발해 보급하기 시작했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불만을 수용해 불만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시설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광대역 통신망과 3G망 확충에 투자하기위해선 유선전화망 투자와 유지비용을 줄일수 밖에 없다는게 AT&T의 기본적인 입장으로 보인다.
통신서비스 이용자들의 이용 행태 변화도 AT&T가 유선전화사업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재 20% 미만의 미국인들이 음성통화를 하기 위해 다른 통신 수단을 쓰지 않고 오로지 전통적인 의미의 전화서비스(POTS)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전체 미국 가정의 25%는 이미 POTS 서비스를 해지했다. 매달 70만의 유선가입자가 서비스를 해지하고 있는 추세다. 유선전화를 해지하고 모바일로 이적한 사람도 지난 2006년과 2009년 사이에 배이상 증가했다.
미국인들은 유선전화를 해지하는 대신 인터넷 전화(VoiP)나 모바일 서비스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보니지와 같은 VoiP사업자 뿐만 아니라 AT&T,버라이즌,컴캐스트 등 사업자들은 다양한 통신 및 방송 서비스를 묶어 번들 상품으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유선전화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AT&T 입장에선 시대적인 흐름을 쫒아가고, 전국민들에게 광대역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유선전화 사업에서 철수하는 게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선전화가 `보편적 서비스` 성격이 강하고, 비상시에도 살아있어야 하는 통신서비스라는 점에 FCC의 고민이 있다. FCC가 유선전화의 종료 시점을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일 특정 지역에 허리케인이나 태풍이 와서 전력공급이 중단되면 인터넷 전화나 이동통신망 기지국은 순식간에 무력화된다.전원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이동전화와 인터넷 전화는 당연히 기능을 상실한다. 물론 AT&T는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 자사 상품인 `Uverse` 고객들에게 전원공급장치(UPS) 배터리 백업시스템을 제공하고는 있지만,만족할만한 해결책은 아니다.
911과 같은 비상전화도 현재는 유선전화망에서 가장 효율적이다. 유선전화망에선 전화번호와 물리적인 위치를 매칭하는 게 간단하지만 VoiP망에선 힘들다.이동전화는 위치추적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취약지역이 있다.
테크놀로지 비즈니스리서치사의 분석가인 켄 하이어스는 "다양한 통신망이 구축되어 있어야만 비상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안정적인 통신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만일 유선전화가 없어지고 모바일에만 의존할 경우 비상시 통화 폭주 현상이 발생하거나 기지국에 전력 공급이 안되어 통신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하이어스는 “설령 AT&T가 유선전화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해도 유선전화망이 바로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유선전화사업이 갖고 있는 `보편적 서비스` 특성상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AT&T 유선전화망을 인수해 유선전화사업을 하는 사업자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다른 통신 대체 수단이 없는 빈민 지역의 경우 유선전화는 없어서는 안될 통신수단이다. 유선전화망의 존재의미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때 유선전화 사업은 앞으로 통신사업자들과 정책 당국의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AT&T의 이번 유선전화 사업 관련 입장 표명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앞으로 FCC가 유선전화 사업에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주목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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