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세트경쟁력, 부품으로 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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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밑이다. 저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계획과 비전 세우기에 분주한 때다. 올해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회복세를 보였다. 경제 회복의 최전방 공격수는 역시 수출이었다. 글로벌시장 공략의 양날개는 반도체·LCD로 대표되는 소자·부품과 휴대폰·LCD TV·에어컨·냉장고 등 세트 제품이 맡았다.

 지난달 우리나라 IT수출액 117억3000만달러 중 세트 부문 수출은 총 57억6000만달러다. 반도체·LCD패널이 각각 기록한 35억달러와 24억7000만 달러의 총합과 거의 균형을 맞췄다. 남들이 갖지 못한 우리 IT수출 구조의 강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 1위인 메모리반도체가 되살아나는 전 세계 PC·서버·휴대기기 수요에 따라 강한 반등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린IT라는 시대적 요구와 맞물려 기존 DDR2보다 동작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비는 적은 DDR3를 중심으로 신규 수요와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다. 경쟁국에 한발 앞서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생산을 안정화시킨 우리 반도체업계의 승리다. LCD패널도 국산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53%까지 치고 오르면서 압도적 세계 1위를 유지했다. 휴대폰·TV 등 세트진영도 선전했다. 우리나라 평면TV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7년 28.9%에서 올해 3분기 누적으로 35.4%까지 높아졌다. 휴대폰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25.3%에서 올해 3분기 31.6%로 6.3%포인트나 급등했다.

 우리 수출의 핵심인 세트를 상품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바로 부품이다. 수출액의 균형처럼 우리 부품만으로 세트를 모두 완성하면 더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달 우리나라 IT수입액 54억9000만달러 중 전자부품 수입은 31억7000만달러로 무려 55%에 달했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인 우리나라가 매달 반도체를 수출해 벌어들이는 것과 비슷한 규모만큼, 부품을 사들여와야만 수출할 세트가 완성된다는 얘기다.

 새해에 우리 산업계와 정부가 할 일은 분명하다. 부품 기술의 세계적 선도 역량을 키우고 기술 자립 및 내재화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특히 내년은 우리가 세계경제의 재편 이후 새로운 기회를 잡느냐, 마느냐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다. 올해 이룩한 연간 무역 누적 흑자 400억달러와 세계 무역 9위 진입이 ‘신기루’처럼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지속적인 제품 경쟁력 향상을 통해 이제 막 탄력이 붙기 시작한 수출을 더욱 끌어올리는 일이 더없이 중요하다. 세트 제품의 수출을 늘릴 수 있는 힘은 결국 부품 경쟁력으로부터 나온다. 다음달 중 정부는 국가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할 10대 부품 품목을 지정해 내놓는다. 이들 품목에 초점을 맞춰 정부 연구개발(R&D)이 추진되고, 민관 합작 투자 및 부품기업간 인수합병을 통한 부품기업 대형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부품 산업 육성책은 10년 전에도, 그 10년전에도 있었다. 새해엔 달라져야 한다. 뭔가 이전과 달라지고, 진전되는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 10년 뒤 다시 부품산업 육성을 거론되는 그런 시간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