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삼성·LG 시대 개막] (상) 속도와 현장 경영 강화

 7개 사업부를 골자로 삼성전자 ‘최지성호’가 지난 17일 출범했다. LG전자도 18일 인사와 조직개편을 매듭짓고 새로운 ‘남용 시대’를 선언했다. 미국발 금융 위기를 무사히 넘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열 정비를 일찌감치 끝내고 공격경영에 시동을 건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새로운 조직 진용과 시사점·과제를 3회에 걸쳐 집중 진단한다.

 삼성과 LG전자가 ‘시장 공격형’으로 조직을 전면 개편했다. 두 업체는 올해 글로벌 경제 위기에 맞서 ‘위기 대응’ 형태로 조직을 운영해 왔다. 삼성전자는 세트·부품 양대 부문을 출범하고 각개 약진으로 위기 돌파에 나섰다. LG전자도 5개 사업부 체제로 재편하고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위기 대응 전략은 비상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었으며 더불어 자신감을 얻었다. 이 때문에 위기 대응 후 이뤄진 첫 개편은 마켓 리더 위치에서 자연스럽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시장 지배력을 위한 두 가지 조직 개편 키워드는 ‘속도와 현장경영’이었다.

 먼저 강력한 지휘체제 아래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었다. ‘속도경영’을 선언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비슷한 사업 조직을 정리해 10개 사업부를 7개로 통폐합했다. ‘투톱’체제 사업부문 제도를 폐지하고 대표 직속으로 단일 사업 조직을 구축했다. ‘전사-부문-사업부’로 내려오던 지휘체계는 ‘본사-사업부’로 축소했다. 그만큼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

 사업부 독립경영을 보장하면서 대표가 직접 사업부를 관장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최지성 사장이 대표 취임사에서 “정글 같은 국제 경쟁 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빠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새로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임명한 배경도 마찬가지다. 대표 직속으로 지원조직을 총괄하는 COO·CFO를 두고 구심력을 강화하면서 효과적으로 사업을 조율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다. 단일 대표체제에서 스피드와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견고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LG전자 조직개편도 마찬가지다. LG는 사실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사업본부를 크게 흔들지 않았다. 사업본부장 대부분도 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대신에 현장조직을 강화했다. 조직에 변화를 주지 않는 대신에 현장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해 지역 사업담당으로 불리는 ‘RBL(Region Business Leader)’을 지역별로 전진 배치했다.

 현장을 잘 아는 RBL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면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표 직속으로 ‘고객관계(Customer Relationship)’ 부문을 신설해 기업(B2B) 시장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했다.

 국내를 포함한 북미·중국 등 지역총괄 대부분의 수장을 모두 사장 직급의 본부장에서 부사장 직급으로 교체해 ‘세대교체’를 이뤄 속도경영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