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자업계는 오랜 불황 터널을 뚫고 나오면서 모처럼 웃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하반기 들어 소비자들이 그 동안 꽁꽁 닫고 있었던 지갑을 열었기 때문.
가전시장을 이끈 견인차는 LCD TV 등 대형 평판TV와 양문형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 프리미엄 제품이었다. 김치냉장고는 소비심리 회복과 교체수요 발생에 힘입어 3년 만에 최대 판매량을 보였다. 다만 PC·모니터 등 IT 제품은 불황을 비껴가지 못했다. 특히 중소업체는 대기업 공세 속에서 힘든 한해를 보냈다.
◇가전· TV, 프리미엄이 주도=LCD TV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기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LED TV는 고부가가치 시장을 형성하면서 LCD TV 바통을 이어받을 차세대 TV로 가능성을 열었다.
가전 시장에서는 ‘그린(Green)’이 화두였다. 너도나도 녹색 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친환경 초절전’ 제품을 대거 출시했다. 양문형 냉장고는 대형화 추세가 가속화됐다. 지난해까지 주류였던 600ℓ 제품이 700ℓ급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가전 디자인은 단순하고 간결한 미를 상징하는 제품들이 히트쳤다.
해외 국가의 견제도 이어졌다. 미 캘리포니아 에너지 규제 위원회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TV 전기 사용량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에너지부는 새로운 소비전력 측정 규격을 제시하며 이를 맞추지 못하는 관련 제품에서 에너지스타 라벨을 제거하라고 통보했다.
◇PC, 넷북 성장세 돋보여=PC시장은 넷북 보급 확대와 ‘울트라 씬’ 제품이 단연 인기였다.
한국IDC에 따르면 3분기까지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는 각각 54만대, 50만대가 출하돼 전체 PC 수량 중 노트북PC가 차지하는 비중이 48%에 달했다. 넷북이 와이브로와 결합 서비스를 선보이고, 삼성·LG가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제품을 출시하면서 수요을 이끌었다. 3분기까지 넷북은 13만대 이상 출하돼 전체 노트북 시장에서 27%를 차지했다.
하반기에는 인텔이 울트라씬용 CPU 4종을 발표한 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얇고, 가벼워진 울트라씬 노트북 PC 메가트렌드를 이뤘다. 울트라씬은 넷북보다 성능은 뛰어나면서 가볍고 배터리 수명이 길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기업용 시장은 작년에 비해 다소 주춤했다. 주요 시장인 PC방이 데스크톱보다는 대형 모니터 위주로 교체 작업을 진행했고, 일반 기업은 경기 회복에 맞춰 물량을 조절했기 때문이다.
◇사무기기, 불황 직격탄=프린터 시장은 경기 침체로 출하 대수 면에서 10% 정도 감소했다. 개인용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프린터 가전화다.
무선랜 기능 장착, 세련된 디자인의 도입 등으로 PC주변 기기로 여겨졌던 프린터가 가전제품으로 변화를 시작했다. 특히 무선 통신이 가능해지면서 프린터에 연결되는 기기가 PC뿐만 아니라 아이폰, 카메라 등으로 다양해져 홈엔터테인먼트 기기로서 역할도 하고 있다. 집안에서 프린터가 놓이는 위치도 PC가 있는 곳이 아니라 거실로 바뀌고 있다.
기업용 시장은 경기 침체로 기업이 새로운 장비나 솔루션을 도입하는데 부담을 느끼면서 프린터 업계도 어려움을 겪었다. 대신 기업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외부에 맡기던 프린터 작업을 내부에서 진행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 인하우스 마케팅은 강화됐다.
◇유통, 온라인이 주도=인터넷 쇼핑몰· TV홈쇼핑 등을 사용하는 ‘온라인 쇼핑족’ 비중이 날로 늘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서울지역 온라인 쇼핑 이용객 650여명을 대상으로 유통채널을 조사한 결과 전체 쇼핑 금액 중 인터넷 쇼핑 비중이 8.4%, TV홈쇼핑이 3.8%를 차지했을 정도다.
올해는 인터넷 쇼핑몰 해킹사건, 중국발 DDoS 피해 등 사회적인 이슈가 많았다. 이는 인터넷 환경 자체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으로 온라인 유통이 확대되면서 이에 따른 문제도 같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인터넷 쇼핑몰과 오픈마켓에서는 쇼핑몰의 컨셉트에 맞는 정보를 소비자에게 온라인 잡지 형태로 제공하는 웹진형과 소비자끼리 쇼핑정보를 공유하면서 선호아이템, 스타일링방법 등 패션 성향 전반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소셜형 쇼핑몰로 변화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홈쇼핑에서는 업계의 형님격인 GS샵과 CJ오쇼핑이 대대적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선두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생활가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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