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A 계약 `동상이몽`

 “서비스수준협약(SLA) 계약 시 보상에 대한 내용을 계약조건에 추가하는 것이 공정계약 아닌가요.”

 “SLA 계약을 체결하는데 왜 보상이 필요하죠? SLA 계약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기업이 원하는 목표 수준만큼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만약 도달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부과하면 되고요.”

 이 대화는 얼마 전 한 교육장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과 강의를 듣는 사람 간에 벌어진 갑론을박이다. 언뜻 듣기에는 IT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SLA 계약에 보상 부분을 추가해 달라고 요구하고, IT아웃소싱 발주 업체는 왜 보상을 계약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반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실상은 반대다.

 앞서 보상을 계약조건에 넣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흔히 아웃소싱 사업을 발주하는 ‘갑’의 얘기다. 그리고 왜 SLA에 보상과 관련한 내용을 넣어야 하는지 반문하는 사람은 IT서비스 업체, 즉 ‘을’의 얘기다. 나아가 IT서비스 업체 관계자인 이 강사는 전 세계 어디에도 SLA 계약조건에 보상 개념을 포함시킨 사례는 없다고 강조한다.

 처음 보상 부분을 꺼낸 기업의 한 IT 담당자는 이어 SLA 계약 당시 보상과 페널티 적용을 고민하다 결국 SLA 계약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IT서비스 업체가 환영할 만한 ‘보상’ 체계에서도 IT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 이를 제공받는 업체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 전체에 대해서는 같은 용어를 쓰고 있어도 다른 해석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한 소규모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담당자는 대기업의 IT서비스 자회사에 개발 아웃소싱을 제공했다가 어려움을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털어놓았다. 최종 고객사인 대기업의 요구사항을 중간자인 IT서비스 회사로부터 전달받고,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최종 고객사에 설치하러 들어가면 최종 고객사의 담당자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최종 고객이 요구했던 것은 중간에서 IT서비스 자회사가 전달한 내용과 크게 달랐다.

 최종 고객의 요구와 IT서비스 업체의 전달 내용이 다르자 이 개발 업체는 차라리 사전에 품을 팔더라도 최종 고객사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택했고 결과 역시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같은 SLA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지만 대기업과 IT서비스 자회사가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어 3자의 애환도 작지 않은 것이다.

 SLA는 서비스 수준에 대한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의 협의 사항이다. 상호 파트너라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형적인 SLA 계약이 수립된다.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또 다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장기 아웃소싱을 추진하다 백소싱으로 전환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모든 IT아웃소싱 서비스 계약이 다 이렇진 않다. 최근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정보시스템과의 IT아웃소싱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보상 부분을 SLA 항목에 추가했다. 즉 비용절감이 나타난 사례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정보시스템도 보상 내용이 추가된 것을 반기는 입장이다. 종량제 기반 SLA가 확대되면서 서비스 수준에 대해 새로운 기준도 제시되고 있으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SLA 계약이 첫걸음이자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IT아웃소싱이 확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가 진정한 파트너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지향하는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 SLA도 이런 관점에서 단지 계약을 위한 단기적 협의가 아니라 장기적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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