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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 전산 시스템을 차세대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은 은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고객을 상대하고 내부 업무를 처리하는 모든 프로세스를 새로 정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고객 응대에 문제가 없도록 새로운 전산 시스템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큰 숙제다.

 하나은행은 지난 5월 차세대 시스템 오픈을 앞두고 2월부터 한달간 게임을 이용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차세대 시스템 교육을 실시했다. 기능성게임 개발사 이엠브릿지와 손잡고 4개월에 걸쳐 개발한 직무 교육 게임 ’팍스 하나’를 활용한 것.

 ‘팍스 하나’는 하나은행 직원들이 각자, 또 지점 및 부서 단위로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하나은행 지점을 설립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다중접속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이다.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상황이나 문제에 부딪히고 이때 새 전산 시스템에 관한 문제를 풀며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단답형, OX, 시나리오 등 다양한 형태로 제시되는 문제들을 풀어 미션을 수행하며 자연스럽게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문제를 풀면 아이템을 얻고, 동료 직원이 어려움에 처하면 아이템을 줘 도울 수 있게 했다.

 하나은행 박호경 차장은 “집합 교육이 효과야 좋지만 수많은 직원을 한데 모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온라인 동영상 강의는 몰입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며 “직무 교육에 게임을 도입한 결과, 직원들이 재미있게 교육에 임하고 교육 효과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직원들이 ‘팍스 하나’를 플레이하며 차세대 시스템 전산 조작 화면을 자연스럽게 미리 접한 결과, 새 시스템 오픈 후에도 평균 고객 응대 시간이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나은행측은 설명했다. 보통 전산 시스템 전환 초기에 직원들이 조작에 익숙지 않아 고객 응대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또 직원들이 팀을 이뤄 게임을 하며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직원 간 팀웍이 강화된 것도 소득이다. ‘팍스 하나’는 개인별은 물론 부서별, 지점별로도 순위를 매겨 경쟁을 유도하는 한편 직원들이 잘 모르거나 어려운 과제는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들은 “업무와 교육을 병행하느라 힘들었지만, 함께 문제를 풀며 이벤트에 응모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동료들과 더 가까와졌다”고 입을 모았다.

 박호경 차장은 “기능성게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게임을 이용해 이루려는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경영진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우수 직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향후 신입직원이나 복직자 교육 등에도 게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