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PC나 게임 콘솔을 상대로 혼자 하는 놀이에서 온라인을 통해 함께 즐기는 놀이로 변모해 가면서 게임의 성격도 진화하고 있다. 게임 속에 사회가 생겨나고 게임과 사회의 경계도 흐려지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인터넷을 달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열풍을 통해 사람들이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맺었듯 네트워크 및 인터넷 발달과 함께 미래의 게임 역시 새로운 차원의 사회성이 등장함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대작 온라인 게임들의 성장이 한계에 달하면서 페이스북·싸이월드와 같은 SNS에서 친구들과 즐기는 소셜 게임이 게임 산업의 구원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는 지금 소셜 게임 열풍=소셜 게임은 페이스북 등의 SNS 플랫폼에서 지인들과 함께 즐기는 캐주얼 게임을 말한다. 실제 지인이나 친구 관계를 반영해 함께 플레이하며 포인트, 게임 내 지위 등 단순하면서도 재방문율을 높이는 요소를 가미했다.

 식물을 키우고,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예쁘게 꾸며 1촌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랭킹을 비교하는 식의 간단한 게임들이다. 플레이 내역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나와 친구들의 소셜 서비스에 그대로 전달된다.

 우리나라의 몇 년 전 모바일 게임을 연상시키는 이 간단한 게임들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부담없이,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어서다. 미국의 소셜 게임 업체 징가는 설립 2년 만인 올해 매출 1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현재 징가 게임 이용자는 2억명에 달한다. 일본의 모바일 게임 서비스 ‘모바게’는 소셜게임 제공 후 2개월 만에 페이지뷰가 2배 상승, 11월에만 327억뷰를 기록했다. 모바일에서만 하루 10억뷰의 페이지뷰가 발생했다.

 마크 핑커스 징가 CEO는 “소셜 게임은 일종의 뉴미디어며 기존 게임이 갖지 못했던 대중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도 자사 게임 콘솔 X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의 온라인 서비스를 트위터·페이스북 등의 소셜 서비스와 연동했다.

 ◇국내에도 소셜과 게임 만나=우리나라의 경우 일찍부터 온라인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게임이 소셜 요소를 상당 부분 흡수했다. 게임의 커뮤니티 성격이 강해지면서 웹과의 접점은 도리어 멀어진 셈이다. 게임과 웹을 분리해 접근하려는 분위기도 강한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유저들은 위키 형식의 아이온 정보 사이트 ‘아이온 파워북’에서 게임 정보를 얻고 스스로 팁을 올리기도 한다. 파워북은 아이온 히트의 주요 공신으로 꼽힌다.

 넥슨은 간단한 미니 게임들을 즐기며 게임 내에서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넥슨별’을 공개했다. 게임과 웹을 결합하려는 시도들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인터넷 기업인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에 앱스토어를 오픈, 홈페이지에서 1촌들과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인기 게임은 하루에 수만명씩 사용자가 생길 정도로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게임의 미래? 웹의 미래?=싱크에퀴티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소셜 게임 시장은 2011년 1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게임의 개발비는 급상승하는 반면에 수익성은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적은 투자로 간단히 만들고 광고·아이템 판매 등 다양한 수익원을 챙길 수 있는 소셜 게임은 기업 측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여성·중장년층 등 기존 게임이 잡지 못했던 시장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가치는 더 크다. EA는 지난 3분기에 3억9100만달러의 손실을 보고 1500명을 감원하면서도 4억달러를 들여 소셜 게임 업체 플레이피시를 인수했다. 소셜 게임에서 미래를 본 것이다.

 특히 소셜 게임은 온라인 친구들과의 게임 내역이 수시로 소셜 서비스에 기록되면서 웹의 실시간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트위터 등으로 촉발된 실시간 웹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셈이다. 더구나 게임은 이용자들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어 소셜 서비스와 궁합도 잘 맞는다.

 이런 이유로 소셜 게임은 게임뿐만 아니라 실시간화되어 가는 웹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의 확대와 더불어 PC와 모바일이 끊김없이(seamless) 연결되면 소셜 게임은 사람의 일상에 완전히 통합될 수 있다. 정보, 놀이, 관계라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들이 소셜 게임을 매개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최환진 네오위즈게임즈 이사는 “소셜 게임이 웹에서 사람들의 사회적 자본을 확대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비게이머 인구 유입과 모바일의 결합, 다양한 과금 모델 적용 등으로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