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는 격앙된 모습이다. 그동안 벌여 왔던 자정노력이 전혀 평가를 못 받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작가들은 스스로 유해매체로 지정받은 15개 작품에 대해선 19세 미만 구독불가 조치를 취했다. 이밖에 만화계는 대형 서점에서 판매하는 성인만화에 대해 비닐 랩을 씌워 전시·판매한다. 네이버와 다음 역시 자율적으로 19세 표시를 해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만화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포털 길들이기라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선거를 앞두고 포털을 찾는 젊은층의 유입 채널인 웹툰에 대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김병수 작가는 “그 동안 만화는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담당해 왔다고 생각한다. 방심위가 웹툰을 심의하는 것은 갑자기 이뤄졌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방심위의 이번 결정이 근거와 기준도 없는 무리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작가들은 23개 작품 중 유해매체로 지정될 만한 장면이 몇 페이지에 어떻게 나와 있다는 설명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폭력적 소재를 어떻게 표현하는가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지, 23개 작품 중 폭력을 미화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가령 `전설의 주먹`은 과거의 폭력을 현재에 와서 참회하는 내용이며, 미디어의 폭력과 네티즌들이 익명이라는 점을 악용해 벌이는 폭력 등 시사적인 부분을 꼬집고 있다고 강조했다. 옥수동 귀신, 봉천동 귀신 경우는 괴담이 소재인 만화에서 그 정도의 표현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게다가 `더 파이브`는 지난해 열린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기도 해 작품 선정기준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서찬휘 만화 컬럼니스트는 “게임에 이어 웹툰을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몰아세웠는데, 1997년과 똑같은 상황”이라며 “청소년이 많이 본다는 이유로 대중문화를 말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만화는 청소년 보호법이 제정된 1997년 이후 사양산업 길로 들어서기도 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