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말한다] 규제의 역사는 반복된다 - 천국의 신화 그후

`데자뷔`

방심위의 웹툰 청소년유해매체 지정을 보며 많은 만화인이 씁쓸함을 느꼈다. 15년 전 청소년보호법 첫 시행 당시 벌어졌던 `천국의 신화` 사태가 연상됐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명분은 `학교 폭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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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청소년보호법이 발효된 후 첫 타깃 역시 만화였다. 일진회 멤버가 가방 속에 일본 만화를 갖고 있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면서 만화가 청소년 폭력의 원흉으로 꼽혔다. 만화에 대한 대대적 단속과 수거가 일어났다.

이어 한국의 상고사를 만화적 상상력으로 복원한 이현세 화백의 야심작 `천국의 신화`도 음란물 낙인이 찍혔다. 신화 시대를 다루며 집단 성교와 수간 장면을 묘사한 것이 문제가 됐다. 작가는 음란물 제작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2000년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는 2004년에야 무죄 판결을 받았다.

만화에 대한 대대적 단속이 벌어지면서 만화에 대한 인식은 땅에 떨어졌고, 작가의 창작 의욕은 위축됐다. 만화 잡지들은 잇달아 폐간됐고 막 산업으로 도약하려던 만화계는 고사상태에 빠졌다.

취약한 저작권 의식에 대본소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만화시장 자체의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여기에 규제 폭풍은 만화계에 큰 상처를 남겼다.

웹툰은 위축된 만화시장에서 새롭게 자라난 가능성이다. 하지만 학교폭력을 명분으로 다시 규제 손길이 뻗쳐오고 있다. 한국만화가협회는 “이미 작가가 스스로 19세 미만 구독 불가로 설정한 작품에 다시 청소년유해매체 지정을 한 것은 만화계 내부의 사회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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