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주요 D램 업체들의 내년 설비투자 규모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야·프로모스·파워칩·이노테라 4개사의 투자액을 모두 더해도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치킨게임’에 패한 후유증으로 투자 능력이 크게 떨어진 결과다.
7일 관련 업계 및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난야·프로모스·파워칩·이노테라의 내년 설비투자 금액은 총 800억대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노테라가 450억대만달러로 가장 많은 설비투자를 계획 중이며 난야(190억대만달러), 파워칩(100억대만달러), 프로모스(60억대만달러) 순이다.
이들 4개사의 총투자액을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2조8820억원이다. 반도체 라인 하나를 지을 수 있을 만한 금액이지만 D램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내년 투자규모와 비교할 땐 초라한 수준이다. 삼성은 내년 5조5000억원을 반도체 부문에 투입할 계획으로, 이들 대만 4개 기업의 투자액을 모두 합한 것보다 두 배가량 많다. 개별 기업으로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적게는 3.4배, 많게는 무려 25.4배까지 삼성이 월등히 앞섰다.
대만 D램 업체들은 지난 2007년 시작된 ‘치킨게임(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싸우는 경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태다. 계속된 누적 적자에 대부분 보유 현금이 바닥을 드러낼 정도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워칩과 프로모스는 파산하지 않고 연명한다 하더라도 기존 생산설비를 업그레이드조차 할 여력이 없는 상태”라며 “향후 경쟁력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했다.
대만 D램 업계의 이 같은 투자 능력 저하는 국내 기업에는 긍정적 신호다. 허약해진 투자는 기술 개발은 물론이고 생산 규모 확대에도 제한이 있다는 의미여서 공급과잉을 초래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D램 가격 강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만 D램 업체들은 공정전환, 유동성 위기 등의 영향으로 가동률 회복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반면에 공급은 여전히 매우 비탄력적이어서 내년 D램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0년 삼성전자(반도체 부문)·대만 D램 기업들의 설비투자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