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올랐던 반도체 가격이 최근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반도체 주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주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란 우려와 달리, 내년은 호황의 기류가 여전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두드러졌다. 오히려 적정한 가격 하락은 국내 업체의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가 눈에 띈다.
◇반도체 가격, 고공행진은 끝나=지난달 들어 D램 및 낸드 등 주요 반도체 가격은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11월 초 3달러(현물 가격 기준)까지 질주했던 DDR3 D램(1Gb)은 1일 2.7달러로 장을 마치며 하락세를 이어갔고, 2.74달러까지 치솟았던 DDR2 D램(1Gb) 가격도 2.37달러로 떨어졌다. 11월 초 고점 대비 각 10%, 13.5% 가격이 내렸다.
낸드 가격도 10월 중순 고점을 찍고 마찬가지로 하락세다. 8.54달러까지 올랐던 32Gb 멀티레벨셀(MLC)이 1일 기준 7.59달러, 16Gb MLC가 5.99달러에서 4.62달러로 내렸다. 두달이 못돼 각 11.1%, 22.9% 하락했다. 8Gb MLC는 5.63달러에서 3.91달러로 30.6%나 곤두박질쳤다. D램과 낸드 모두 저용량 제품의 가격이 더 빠르게 떨어졌다.
향후 가격 전망도 밝지는 않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연구원 “4분기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현재는 정상화 과정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이 폭등하면서 후발업체의 공급이 느는 반면, 메모리 수요는 줄고 있어 내년 초까지 반도체 가격의 약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도체 주, 이상 무”=전문가들은 가격 하락이 단기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내년 전망은 여전히 좋다고 입을 모았다. 과열 양상까지 치달았던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 국내 업체에도 호재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가격이 대만업체들이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준으로 급등하자 이들은 가동률을 높였다. 실제로 11월 대만 파워칩의 매출은 53억8000만대만달러(약 1932억원)로 전월대비 27%, 일년전과 비교하면 무려 222%나 증가했다. 하지만 다시 가격이 하락하면 기술수준이 낮은 대만업체들의 채산성이 낮아져 생산 물량이 준다.
김영준 LI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반도체 가격이 폭등하면서 경영난에 빠졌던 대만업체가 살아날 조짐이 보인다”며 “차라리 반도체 가격이 2달러 초중반대로 형성되는 것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더 좋다”고 말했다. 대만 D램업체들이 체력을 회복해서 또 달려드는 것보다 마진은 낮아지만 차라리 삼성과 하이닉스가 시장을 독식하기 때문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저용량 제품의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국내업체가 DDR3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과 달리 대만업체는 DDR2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D램 주력 제품이 DDR2에서 DDR3로 전환하면서 특히 DDR2 D램의 가격은 더 하락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승우 연구원은 “주가는 모멘텀과 밸류에이션 두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다”며 “현재 가격 하락이라는 모멘텀 때문에 단기적으로 반도체 주가가 빠질 수 있겠지만, 향후 실적이 밸류에이션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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