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올해 터뜨린 기술이전 대박 사례는 이달 동원시스템즈에 넘긴 김현탁 박사의 ‘고효율 저발열 30W급 소형 전력 트랜지스터 기술’이다.
이 한 건의 기술이전으로 ETRI는 앉은 자리에서 착수 기본료로 20억원을 챙겼다. 동원시스템즈는 향후 매출 발생에 따라 순 매출액의 4%를 ETRI에 러닝 로열티로 지불하게 돼 있다.
특히 이 기술은 물리학계의 오랜 숙원이던 ‘모트 금속-절연체 전이현상(MIT)’의 원천기술을 규명한 뒤 나온 응용기술의 일부분이어서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동원시스템즈가 5년 안에 이 트랜지스터를 연간 6억개씩 생산할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므로 소자 1개당 100원씩 계산해도 어림잡아 매출 600억원, 러닝 로열티 수입 연 24억원이 된다.
이같이 ETRI에서는 올해 수억원대가 넘는 큰 규모의 기술이전이 줄을 잇고 있다. 대표적으로 착수 기본료로 2억4300만원을 받은 ‘저비용 스토리지를 이용한 글로벌 파일 시스템 SW 버전 2.0’과 1억5000만원을 받은 ‘USN 기반 자산추적기술’ ‘디바이스 불법복제 차단을 위한 진품명품 식별칩 기술’ 등이 꼽힌다.
ETRI의 기술이전 실적이 이처럼 많은 것은 자체 기술개발 역량도 역할을 했지만 국내외 공동연구를 통한 기술력의 기반 위에 현지에 적합한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는 적극적인 기술 세일즈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ETRI는 지난해 조지아텍 및 알카텔-루슨트 등 해외 95개 기관과, 올해 핀란드의 과학단지 VTT 등 46개 기관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코아로직과 KT를 비롯한 515개, 올해 비트컴퓨터와 넥스윌 등 544개 기관과 공동연구 중이다.
마케팅을 위해서 지난 9월 ETRI 원장이 직접 전국 지자체 네 곳을 돌았다. 이른바 발로 뛰는 기술 세일즈인 셈이다.
ETRI는 전북, 충남, 충북, 경북 등 4개 지역에서 콘퍼런스를 통해 해당 지역에서 사업화 가능성이 큰 아이템을 선별, 기술 설명회와 전시회를 개최해 호평을 받았다.
전주에서 열린 전북권 콘퍼런스에는 알티솔라 등 22개 업체와 전북대, 원광대 등 9개 대학, 유관기관 등에서 총 185명이 참가해 콘퍼런스 장을 빼곡히 채웠다. 충남에서는 글로텍 등 60개 업체와 호서대, 생산기술연구원 등 17개 기관에서 212명이, 충북에서는 그린광학 등에서 207명이 참석했다. 마지막 행사였던 구미의 경북권 콘퍼런스에는 쓰리에이치비전과 경북대 등 78개 기관 192명이 참석했다.
◇인터뷰-김현탁 ETRI 테라전자소자팀 박사
“휴대폰이나 노트북, LED 전구 등의 전지 과열에 따른 폭발이나 부풂 현상을 막을 수있는 소자 등을 꾸준히 상용화하다보니 여기까지 이른 것 같습니다.”
금속이 절연체가 되거나 절연체가 금속이 되는 ‘모트 금속-절연체 전이현상(MIT)’의 응용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김현탁 ETRI 테라전자소자팀 박사는 이 MIT 원천기술과 관련해 국내특허만 51개를 출원하고 28개를 등록했다.
이 전이현상을 응용하면 전기·전자기기의 잡음제거 소자, 화재경보기, 미사일 추적장치, 군용열상장비, 적외선 카메라, 발열시스템 감지용 센서, 광소자, 차세대 메모리,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김 박사는 “특히 반도체나 센서 산업에 이 기술이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ETRI가 MIT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봐도 좋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ETRI의 올해 대표적 기술이전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