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D, 연말 정기인사 향배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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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의 인사 구도에 최근 디스플레이 업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 속성상 전후방 산업의 연관 효과가 워낙 커 이들 ‘쌍두마차’의 인사 향배는 국내 업계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올 들어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사이, LG디스플레이는 선두 경쟁을 펼칠 정도로 크게 선전했다는 점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변수가 적지 않다. 삼성·LG의 인사 분위기에 관심이 고조되는 배경이다.

실제 올해 들어 LG디스플레이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상대’ 성적표를 거뒀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실적을 비롯해 차세대 양산 투자 경쟁, 해외 시장 진출 등 모든 면에서다. 올해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분기까지 삼성전자와 매출액·영업이익에서 거의 엇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거뒀다. 지난 2분기에는 218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삼성전자 LCD사업부를 4년만에 추월하기도 했다. 생산 능력이 삼성전자보다 20% 가까이 모자라면서도 이뤄낸 성과다. 특히 차세대 양산 투자와 중국 대면적 LCD 패널 라인 진출에서도 자신감이 붙었다. 삼성전자가 8세대 라인 신증설 투자를 주저하는 사이,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와 맞먹는 수준의 8세대 라인(P8E) 신규 투자를 선언했다.

 또 중국 LCD 패널 라인 투자의 경우 시장 진출 채비도 빠르지만 투자 규모는 삼성전자에 비해 배 가량 많다. 중국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 역시 각별하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 광저우의 신설 LCD 공장장에 ‘생산의 달인’으로 불리는 차수열 전 패널센터장을 내정했다. 차 전무는 파주 사업장의 대면적 LCD 패널 라인과 구미 사업장의 6세대 LCD 신설 라인(P6E)을 성공적으로 가동시킨 중량급 인사다. 반면 삼성전자는 쑤저우 LCD 패널 공장장에 제조팀의 상무급을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시장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수년간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 정도에 안주했다면 이제 ‘시장 선도자(퍼스트 무버)’로 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의지를 곳곳에서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올해 LG디스플레이의 승진 규모가 예년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대체로 잘했다는 평이 나오는 게 사실”이라며 “기업 규모나 성적표를 봐도 올해는 인사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LCD 사업부의 최근 분위기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가뜩이나 LG디스플레이의 추격을 허용한 상황에서 얼마전에는 독립 사업조직 출범후 처음 강도 높은 경영진단(감사)까지 받았다. 연말 인사를 코 앞에 둔 마당에 엎친 데 덮친 격인 셈이다. 감사 결과의 여파에 따라 정기 인사에서 LCD 사업부가 ‘타깃’이 될 것이라는 풍문도 흘러나온다. 삼성전자 핵심 협력사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자신감과 추진력도 떨어진 분위기로 보인다”면서 “벌써 정기 인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