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만으로도 삼성 제품인지 알게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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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등일 땐 1등과 차별화만 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비교 대상이 없어졌으니 새로운 디자인을 창출해야 하는 게 과제고 그 방법이 늘 고민입니다.”

 최근 삼성의 캠코더는 프랑스 산업디자인상 ‘최고 혁신 디자인상’, 일본의 ‘굿디자인 어워드’ 등을 잇따라 수상했다. 캠코더뿐만 아니라 보르도TV, 크리스털 로즈 등 TV에서부터 MP3플레이어·프린터·오븐까지 전 제품군에서 삼성의 디자인은 그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더 이상 외국 기업과 비교해 삼성의 디자인 경쟁력을 문제 삼기는 어려워졌다.

 김영준 삼성전자 디자인연구소장(50·상무)은 이제 삼성 디자인의 과제를 “경험하지 못한 것의 창조”로 꼽았다.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서 있는 만큼 이제는 트렌드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삼성전자 디자인연구소를 “변화를 읽고, 예측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제품을 예쁘게 보여주는 것을 넘어 전 세계 사람의 생활습관을 관찰하고 연구하고 분석해 미래적인 것을 연구하는 곳이 삼성전자 디자인연구소다.

 800여 명의 디자인 조직 중 150여 명은 가구·패션·자동차·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에 밀착된 모든 요소를 파악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역할을 한다.

 이렇다 보니 연구소 인력 중 50∼60명은 인문학·사회학·심리학·공학 등 미술 비전공자다. 회의장소도 틀에 박힌 공간보다 커피숍이나 인기 있는 장소를 선택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변화를 읽을 수 있거든요.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앞 등은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장소입니다.”

 그는 “개인적으로 드라마나 미래를 그린 영화에 나오는 소품이나 기기 등을 항상 주의해서 본다”며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향후 디자인 트렌드를 이끄는 요소로 ‘한국적 정체성(korean identity)’에 주목했다.

 김영준 소장은 와인잔을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진 보르도TV가 “경복궁 처마를 본 후에 나왔다”며 “한국적 정체성이 가장 성공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보르도TV의 디자인을 위해 공주박물관, 섬진강 솔밭 등 우리나라 전역을 돌아다닌 후 경복궁 근정전의 처마를 보고 지금의 TV 디자인이 탄생했다는 비화다. 그는 “마음속에 있는 한국의 DNA를 발굴해서 집어넣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삼성다운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 또한 삼성전자 디자인연구소의 또 다른 과제다. 제품의 디자인이 브랜드 이미지로 연결 되는 것. 그가 강조하는 ‘아이코닉(iconic)’ 디자인이다.

 그는 “애플, 비에노와 같은 기업이 디자인으로 브랜드를 구축한 좋은 사례”라며 “삼성의 디자인이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브랜드 정체성 성립이 미흡한 편”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소장은 “삼성의 심벌이 없어도 디자인만으로 삼성의 제품임을 알아챌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전체적으로 추구하는 과제”라며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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