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전문업체인 아토가 국내 장비 업계 처음 핵심 전공정 장비인 플라즈마화학기상증착장비(PE-CVD) 누적 출하량 100호기를 돌파했다. 후공정 장비를 제외한 고부가 전공정 장비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동일 모델로 100대를 판매한 것은 이례적인 성과다. 해외 장비 업체들의 독무대였던 PE-CVD 시장에서 국산 장비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아토(대표 문상영)는 최근 자사의 100번째 PE-CVD ‘마하(MAHA)’를 고객사에 납품했다고 11일 밝혔다. PE-CVD란 반도체 소자를 가공할 때 쓰는 핵심 장비다. 진공 상태에서 가스의 화학적 반응을 이용해 산화막이나 금속막 등을 증착시켜주며, 일반적인 열분해 방식외 플라즈마를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PE-CVD 시장은 그동안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노벨러스가 독식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입지가 좁았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한때 90%까지 치솟기도 했었다.
아토는 ‘MAHA-HP1’라는 PE-CVD 장비를 개발하면서 지난 2002년부터 PE-CVD 시장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사업 초기엔 높은 시장 진입 장벽에 가로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시 한해 판매한 장비가 1∼2대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6년부터 성능을 높인 ‘MAHA - HP2’을 출시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시장의 호평 속에 연간 1∼2대에 불과하던 판매 대수도 이후 급격히 증가, 근래에는 연간 15∼20대까지 판매량이 10배 가량 늘었다.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을 발판 삼아 지난 2007년에는 처음 해외 수출도 이뤄냈다.
문상영 사장은 “반도체 공정에 필수인 PE-CVD를 국산화한뒤 수년간 핵심 기술들을 축적해 온 성과로 100호기 출하라는 결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면서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는 내년에는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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