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이 이슈화된 지금은 물론이고 예전부터 염색 공정은 섬유업계의 대표적인 골칫덩이였다.
100∼130℃ 이상의 고온에서 공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화학물질이 녹아있는 폐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폐수 정화에 대한 기술들은 굉장히 진보했지만, 공정 중 소비되는 다량의 용수 및 에너지는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염색기 제조 업체들은 물,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데 기술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면 혹은 면/폴리에스테르 복합섬유 1㎏을 염색하기 위해서는 8∼10㎏의 물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국내 한 중소기업이 염색공정 중 용수 사용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에너지 소비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염색기계 개발에 성공했다.
섬유기계 생산 전문기업 동아기계(대표 양형학)는 극소량의 용수만을 사용해 면 섬유를 염색할 수 있는 라운드형 초저욕비 염색기인 ‘에코드림’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에코드림은 기존 제품 대비 물 사용량을 50% 이상 절감했으며, 승온시간을 단축하고 화학약품 사용량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염색 공정 속도를 앞당겨 에너지 소비량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다. 1000∼1500㎏ 용량의 염색기를 사용하는 사업자가 에코드림으로 대체한다면, 연간 66억원 이상의 운전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면 염색기계의 성능은 욕비에 따라 구분된다. 욕비란 원단을 염색하기 위해 필요한 물의 양이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예를 들면 욕비가 1대 10이라면 1㎏의 원단을 염색하기 위해서는 10㎏의 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면 염색기계의 욕비는 1대 8 혹은 1대 10 정도다. 이탈리아, 독일산 프리미엄 제품은 1대 4, 1대 5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1대 4 욕비를 꿈의 비율로 꼽으며 이를 한계선으로 본다. 면 염색 공정은 화학섬유에 비해 훨씬 많은 용수가 필요한데, 면이 기본적으로 250%의 물을 머금기 때문에 나머지 150%의 물로 염색을 완료해야 되기 때문이다.
에코드림은 순수 국산 기술에 의해 꿈의 욕비인 1대 4를 구현했다. 중소기업답지 않은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에너지관리공단 및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의 기술 지원이 시너지효과를 냈다. 동아기계는 에코드림을 개발하기 위해 조현태 숭실대학교 섬유공학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시행하는 에너지자원 기술개발사업 세부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3년간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염색기 제조업체 중 최고 수준의 설비, 10년 이상 근속한 21명의 숙련공들의 역할도 컸다. 신뢰성 테스트, 양산 기술 정교화 등은 생기원이 지원했다. 50㎏ 용량의 샘플 염색기 제작에 성공한 후 500㎏, 1000㎏, 1500㎏ 규모의 염색기 제작을 잇따라 완료했다.
에코드림의 핵심 부품인 ‘분말 자동 투입장치’는 동아기계만이 생산 가능하다. 소금 성분의 일종인 망초가 분사되는 장치인데, 원단과 염료가 염착할 때 핵심기능을 담당한다. 망초는 소금 성분의 일종으로 원단과 염료의 친화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원단과 염료의 친화도는 10∼20% 수준인데, 망초를 넣으면 80∼90%까지 향상된다. 망초는 물과 섞이면 굳어버리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다루기가 굉장히 힘들어 관련 장치도 상당한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동아기계는 올해까지 국내시장을 다진 후 내년부터 에코드림을 무기로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사실 동아기계는 설립 초창기인 1980∼90년대만 해도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한 업체 중 하나였다. 1980년대 중반 후발업체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국내시장보다는 인도네시아 등 해외시장부터 공략한 것. 그러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던 해외 에이전트와 관계가 끝나고, 한국 내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영업에 집중하게 됐다. 10여 년 동안 국내시장에 집중한 결과 80∼90%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했지만, 해외 네트워크는 취약해진 상태다. 그러나 해외 시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해외 영업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전체매출 중 30∼40%는 항상 해외 매출이 차지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고 있고, 1980∼90년대에 동아기계 제품을 샀던 고객사들이 다시 찾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기계는 우선 거대 시장인 중국보다는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타깃으로 정했다. 고가와 저가 시장이 확실하게 이원화된 중국시장보다는 중고가 및 중저가 시장이 잘 형성된 인도네시아, 베트남이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면 염색기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노후 기계 교체에 대한 보조금을 시행하면서 동아기계 제품을 찾는 고객사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에코드림은 1대 4 욕비를 구현한만큼 기술에서는 유럽산 프리미엄 제품을 능가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약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가격도 프리미엄 제품 대비 60∼70% 수준인 중고가여서 중국 시장 내 제품 포지셔닝이 애매하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두 나라는 면 염색산업이 발달했고, 화교 출신 사업자들이 많아 네트워크 형성에 유리하다. 동아기계는 동남아시아 시장 화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한 후 중국으로 역진출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양형수 동아기계 이사는 “기술력에는 자신이 있지만 브랜드 밸류에서 유럽업체들에 밀리기 때문에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며 “내년부터 에코드림을 해외에 알리고, 거래처를 확대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동아기계는?= 1985년 설립 이래 상압액류염색기, 고압액류염색기, 상고압겸용액류염색기, 무장력방축건조기, 유연처리용튜블라밍글탈수기 및 기타 섬유가공기계를 자체 개발해 미국, 동남아, 남미, 중국, 일본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특히 1997년 개발 완료된 액류염색기 에코 플로 시리즈와 에코맥스 시리즈는 지금까지 무려 700여대를 출고했다. 2004년 에코맥스보다 진보한 에코플로가 개발되면서 보다 나은 염색성과 품질의 우수성을 확인했다. 주력상품인 액류염색기 에코네오와 자동봉침기, 무장력방축건조기, 연속텀블러건조기 기반으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신제품 에코드림으로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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