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거꾸로 가는 中企 정보화] (4)핵심핵법-기술유출방지사업 예산을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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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화 격차를 줄여 달라.”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정보화 수준이 바로 기업경쟁력으로 직결된다고 하소연한다.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사업 예산이 내년 사상 최저치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낸다. 정부가 사회적 약자의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중기 정보화 예산은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것에 실망하기도 한다.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8월에는 ‘정보화지원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까지 가동하며 신규사업 발굴에 적극 나섰으나 예산이 대폭 삭감돼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졌기 때문이다. 중소업계·학계·정보화 전문가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지만, 예산이라는 벽에 막힌 상황이다.

 그래도 지난 달 29일 ‘중소기업 현장 생산성 향상대책’에 제조기반 업종의 생산공정 IT화 지원을 위해 37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지원키로 했다. 줄어든 정보화 예산을 만회하기 위해 중기청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꼭 필요하지만, 예산이 없어 표류 조짐을 보이는 신규사업도 많다.

 내년 예산 확보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대폭 삭감한 중소기업 기술유출방지 사업이 대표적이다.

중기청은 올해 10억원에서 내년에는 20억원 증액을 요구했으나, 재정부는 오히려 올해 20%도 안되는 1억7800만원으로 대거 삭감한 상황이다. 사실상 중소기업 기술유출방지사업을 중단하라는 조치와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은 보안시스템이 허약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의 직격탄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핵심기술이 유출돼 자칫 해외 경쟁업체에 넘어가면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기청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7년 중소기업의 보안비용 투자액은 기업당 평균 2079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0.15% 불과했다. 정부의 선제적 지원 없이는 중소기업은 보안 사각지대로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올해 실시한 산업보안역량평가에서는 중소기업의 산업보안 역량 수준이 대기업(80.1점)의 58.7% 수준에 불과한 47.0점으로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가정보원 집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술유출사건 160건 가운데 중소기업은 102건으로 전체 63.7%에 달했다.

 기술유출은 국부유출로 이어져 범 국가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국정원은 중소기업 기술유출을 방지하면 연간 17조원 이상의 피해액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자료까지 내놓았을 정도다. 특히 기술유출 유형은 연구개발성과물(50.6), 제조기술(19.2), 산업재산권(18.2) 등 대부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천문학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중기청은 이 때문에 지난 2008년부터 정보화 지원사업 예산 가운데 10억원 가량을 배정해 정보보호시스템 구축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내년에는 이를 배 가까이 늘리려고 했지만, 재정부가 오히려 올해 20% 이하로 삭감해 맥이 풀린 상태다.

 전문가들은 지난 7월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정부가 200억원 긴급 예산을 편성해 DDoS 보안시스템을 갖추는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소기업의 기술유출은 막대한 국부유출을 동반하는만큼 공공기관 못지 않게 보안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중기청은 이 때문에 현재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기술유출방지 예산을 18억원 가량 증액해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마지막 관문인 국회마저 이를 외면하면 중소기업 보안 정책도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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