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택 KIST 원장이 출연연 개혁의 선봉에 섰다. 능력 있는 인재에게 희망 근무 부서나 직책을 공모하고, 이 중 우수한 사람을 선발, 해당 팀을 맡겨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개혁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개방형 인사제, 개방형 공모제라는 이름으로 일부 연구소가 시행하기는 했지만 이처럼 연공서열 파괴가 전방위적으로 시작된 것은 KIST 43년 역사상 처음이다.
KIST는 출연연 맏형으로 이명박 대통령 취임 초부터 청와대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과학기술부문 개혁의 시금석으로 떠오른바 있다. KIST의 개혁이 성공을 거둘 경우 이 같은 제도는 전 연구원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프로젝트책임제, 출연연 인력감축, 조직 통폐합, 외국인 출신 기관장 임명보다 더 큰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외형의 변화가 아닌 연구소 내부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무한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KIST는 이미 전임 원장 때부터 조직 효율화를 꾀해온 대표적인 조직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노조 비율도 가장 낮은 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이유로 KIST를 출연연 개혁의 시범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KIST 개혁의 주체는 기관장이 아니라 연구원들이라는 점이다. 출연연 개혁은 새로 바뀌는 정부마다 내걸었던 정책이었다. 하지만 성공을 거둔 경우는 드물다. 연구실을 건드리지 않는 장차관,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 문화가 출연연에 생길 정도다. 정권에 따라 연구과제가 바뀌었고, 연구실이, 사람이 바뀌었다. 한홍택호가 개혁에 성공을 거두려면 우선 이런 대한민국 상황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한홍택 개혁안을 당분간 지켜볼 것이다. 43년간 KIST를 이끌어온 장인정신, 도제식 연구개발 시스템과 충돌해야 하며, 연공서열, 기존의 연구개발 문화, 정부당국의 정책, 배타적인 연구소 분위기와 싸워야 할 것이다. 지지세력을 얻기 위한 부단한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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