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미디어 관련 4개 법 유효 판결과 다음 달 1일 관련 법 발효에 따라 미디어 산업 재편에 불이 붙게 됐다. 대기업과 신문사들이 방송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으며, 신규 종합편성 채널도 조만간 탄생할 전망이다. 또 광고 시장에도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신과 방송이 융합된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도 속속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헌재가 절차상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여야의 대립각은 더욱 예리해졌다. 사회적인 논란의 불씨도 남겨진 셈이다.
◇절차 위법성, 논란의 불씨 남겨=헌재 판결을 놓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은 강력하게 유감을 제기했다. 특히, 민주당은 절차 위법성을 헌재가 지적한 만큼 이를 국회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헌재는 심의표결권 침해, 대리투표,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을 인정해서 절차적 위법성을 확인했다”면서 “절차상의 위법성은 헌재가 지적했으니 결론은 국회에서 다시 내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민주주의의 기본은 절차와 형식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순 없다”며 “국회가 스스로 신문법과 방송법의 절차적 위법성을 해소하라는 요구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한나라당과 청와대,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디어법이 유효하다는 헌재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미디어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법 유효, 후속 절차는=방통위는 예정대로 다음 달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함으로써 미디어법 시행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야당 추천 위원들의 요청에 따라 헌재 판결 이후로 시행령 개정을 미룬 바 있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미디어법 시행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뒷받침된다. 종합편성 채널과 보도 전문 채널이 되기 위한 조건과 제출할 자료, 사업 허가 유효 기간을 담는다. 또 미디어 다양성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과 간접광고·가상광고 시행 문제 등이 반영된다. 방통위에서 의결되면, 법제처 심사-차관회의-국무회의-관보게재를 거쳐 본격 시행되며, 관보에 게재될 때까지 15∼20일쯤 걸릴 전망이다. 또 내년에는 종합편성 채널을 선정하는 등의 작업이 진행된다. 이미 방통위는 이기주 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종합편성채널 TFT를 꾸린 바 있다. 선정안이 마무리되면, 이를 공개하고 내년에 채널을 선정할 방침이다.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후속 조치를 절차에 따라 차질 없이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업계, 미디어 빅뱅 다시 몰아친다=미디어법 시행에 따라, 삼성그룹을 비롯해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대기업 집단의 방송 시장 진출에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의 자본이 유입되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기업이 출현할 수도 있다. 신문사들은 이미 방송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종합편성채널이 새롭게 유입되면,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체제가 붕괴된다.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소유하는 사업자들도 나타날 수 있다. △케이블사업자(SO)-지상파방송사 △IPTV-지상파·케이블방송사 △신문-케이블·지상파방송사 등이 현재로는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부문이다. 반대로 단독 플랫폼만을 갖는 미디어는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어, 단독플랫폼을 갖는 미디어 간 제휴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 때문에 공정성, 독립성 등 언론의 사회적인 위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방송사의 출현으로 장비 산업과 콘텐츠 산업이 활황을 띨 수 있을 점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미디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실감 미디어, 3D TV, HD 콘텐츠 등 콘텐츠 질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방송 업계의 예측이다. 장비 면에서 보면, 종합편성채널 두 개가 새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가정하면 3000억원가량의 신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국내 장비 산업 활성화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이한범 방송기술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종합 편성 채널 선정 등으로 방송장비 시장 활성화에는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국내 방송 장비 업체 현황이 아직 열악한 만큼 정부의 지원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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