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29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경쟁사 합병 발표와 관련해)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등과의 합병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합병을)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방침을 표명했다.
정 사장은 “합병이라는 것이 유무선 업체 간 통합인데, 이는 결국 개인 통신시장을 보고 하는 것”이라며 “합병은 정체돼 있는 국내 통신시장의 돌파구가 못 된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KT에 이어 LG통신 3사가 합병을 결정하는 등 시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지만 가입자 포화율이 97%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B2C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보통신기술(ICT)에서 통신기술(CT)의 역할이 무엇인지에서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CT가 보유한 센싱과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타 산업의 혈액이 흐르도록 산업 생산성 증대(IPE)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의 언급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인터넷전화를 뺀 초고속인터넷과 IPTV사업만을 두 축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SK브로드밴드로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힘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최근 SK텔레콤이 출시 계획을 발표한 유무선결합상품(FMS)서비스는 관계사인 SK브로드밴드 인터넷전화 사업의 매출 급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발표 이면에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간 모종의 협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 사장은 또 LG통신 3사 합병을 계기로 선후발사업자에 대한 차별적 우대나 규제는 철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LG텔레콤의 통합으로 자산 규모 8조원의 매머드급 통신업체가 출범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후발업체라는 이유로 정책적 배려가 있어서는 안 되며, 반대로 선도기업이라는 이유로 SK텔레콤에 적용돼온 차별 규제 역시 사라져야 할 것”이라면서 비대칭 규제의 철폐 필요성을 시사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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