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인터넷 주소를 ‘.kr(닷케이아르)’가 아닌 ‘.한국(닷한국)’으로 쓸 수 있게 된다. 영어알파벳에 익숙하지 않은 국민들의 인터넷 활용에 도움이 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일본·유럽 등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국가들도 모두 내년 ‘자국어.자국어’ 형태의 도메인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은 기존 영어 중심의 인터넷 도메인명에 각국 언어 도메인명을 병행 사용하는 다국어 체제로 전환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이 같은 다국어 최상위 도메인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제36차 국제인터넷주소기구(ICANN) 회의를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6일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ICANN은 1998년에 설립된 비영리 조직으로 닷케이아르(.kr), 닷컴(.com) 등 전 세계 인터넷주소 최상위 도메인 등록, IP주소의 할당, 인터넷주소 할당 정보(root DNS) 등의 업무를 총괄한다. .kr, .cn 등 국가를 식별할 수 있는 248개 국가 최상위 도메인과 .com., .net 등 일반 최상위 도메인을 관리한다. 이번 ICANN 서울회의는 한글 등 다국어 국가 최상위 도메인 도입이 논의될 전망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허성욱 방통위 인터넷정책과장은 “다국어 국가 최상위 도메인은 2004년부터 논의된 만큼 이번 한국 회의에서 최종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통과되는 대로 등록절차 등 세부논의를 거쳐 내년에는 한국 국가 최상위 도메인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국어 국가 최상위 도메인이란 한국을 나타내는 영문 국가 최상위 도메인 닷케이아르(.kr), 중국을 나타내는 영문 국가 최상위 도메인 닷시엔(.cn)과 같은 최상위급 국가 도메인에 닷한국, 닷중국과 같이 영어 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도메인을 말한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영문.영문(예: kisa.or.kr)’ 또는 ‘자국어.영문(예: 인터넷진흥원.kr)’ 형태의 도메인만을 사용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문.kr’ 및 ‘한글.kr’의 형태의 국가 도메인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 일본어, 아랍어권 등 국가의 지지를 바탕으로 2005년부터 ICANN에서 ‘자국어.자국어(예: 인터넷진흥원.한국)’ 형태의 도메인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해 왔다.
글로벌 기업들은 ‘다국어 최상위 도메인’ 도입이 기업의 마케팅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기존 영문 도메인 외에 별도로 자국어 도메인을 관리해야 해 비용이 더 들고, 마케팅 활동도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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