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도서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전자책(e북)이나 오디오북을 빌려보는 사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e북을 공공도서관에 제공하는 오버드라이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내 e북 대여 건수는 2007년의 60만7275건에서 100만건 이상으로 40%가량 늘어났다. 또 다른 전자책 제공자인 넷라이브러리의 통계에서도 e북과 오디오북의 대여는 최근 1년간 21%가 증가했다.
도서관에서 e북을 대여해 보고 있는 케이트 램버트는 “그저 온라인으로 도서관 사이트에 접속해 도서관 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책을 둘러보면 된다”며 “언제나 침실에서 무료로 편리하게 각종 책을 다운로드할 수 있어 애용한다”고 말했다.
이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책을 보는 패턴이 달라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여기에 맞춰 미국 공공도서관들도 e북 구비를 확대하면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새로운 도서관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한편 기존 이용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5400여개 공공도서관이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할 수 있는 e북과 오디오북을 제공하고 있다.
보스턴 공공도서관의 마이클 콜포드 IT담당 책임자는 “사람들이 도서관을 여전히 먼지가 쌓인 서고로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며 “디지털시대에 맞는 e북 등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도서관을 더 이상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서관들은 e북이 종이책과 달리 마모되지 않고, 책을 보관해 둘 선반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점으로 꼽았다. 또 여러 사람이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도 e북 대여의 장점이다.
공공도서관의 e북 이용은 대부분 기존의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이뤄진다. 이용객은 1인당 한 번에 한 권의 e북을 빌릴 수 있고 인기가 높은 책은 자신의 순서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빌릴 수 있다. 2∼3주의 대여기간이 지나면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권한은 자동으로 소멸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 공공도서관에서 전자책의 비중은 종이책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뉴욕 공공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e북은 1만8300권으로 86만5000권에 달하는 종이책에 비해서는 아주 적은 규모다. 공공도서관들의 e북 구입 예산 역시 전체 도서 구입 예산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e북 대여 확대에는 다소 한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도서관에서 대여하는 e북은 가장 널리 보급돼 있는 e북 리더인 아마존의 킨들이나 애플의 아이폰으로는 읽을 수 없다. 대부분 공공도서관의 e북은 소니의 리더나 컴퓨터, 다른 모바일 기기로 읽을 수 있다.
e북의 활성화로 종이책의 판매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시대 e북의 보편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라는 게 중론이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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