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 예산을 내년 사상 최저치로 삭감하자 중소업계가 현실을 무시한 탁상 행정이라며 반발했다. 올해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중기 정보화 담당과마저 없어지면서 중기 정보화 정책이 실종될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됐다.
특히 일본·미국 등 세계 각국이 정보화를 통한 기업의 생산·품질 경쟁력 강화를 앞다퉈 추진하는 데 비해 우리 정부만 역주행하면서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도 뒷걸음질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18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정보화지원 사업’ 예산은 163억원으로 올해 174억원보다 6.4% 감소했다.
2002년 중기 정보화 지원사업을 시작한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2005년 예산 339억원 대비 5년 만에 ‘반토막’으로 급감했다. 중기 정보화 지원 예산은 지난 2004년 341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매년 10∼20% 급락하는 추세다.
정보화 예산 급감은 정부가 지난 5월 중기청 기술혁신국 산하의 전담조직인 경영공정혁신과를 없애면서 더욱 노골화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정보화 예산이 대폭 삭감됐지만 내년 중기청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보다 688억원이 늘어났다.
차석근 생산정보화협의회장은 “내년 R&D 예산 가운데 증액분이 중기 정보화 지원사업 한 해 예산의 4배에 달하는 사실이 정부의 정보화사업 홀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최근 중소업계의 정보화 수요가 크게 늘어 지원사업 경쟁률이 10 대 1에 이르고 이른바 재수·삼수 기업도 늘고 있는 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처사”라고 꼬집었다.
경기 침체기엔 장기적인 R&D 투자보다 바로 중소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정보화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정대의 알엠텍 대표는 “중기 정보화 지원사업을 계기로 정보화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매출이 4년 만에 4배나 늘었으며, 원가가 절감돼 대기업과의 가격 경쟁력도 크게 향상됐다”며 “어려운 중소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의 예산이 급감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해외 정부와는 완전히 반대로 가는 것이어서 우려는 더욱 고조됐다.
일본은 정보화를 통한 중소기업의 경영능력 향상을 위해 △중소기업 IT경영 혁신 지원사업 △중소기업 경영혁신 플랫폼시스템 개발사업 △중소기업 기반 기술 계승 지원사업 △전략적 CIO 육성 지원사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한국이 ‘중기 정보화 지원사업’ 단 하나의 프로그램만 운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과 유럽도 각각 ‘이노베이트 아메리카(Innovate America)’ ‘매뉴퓨처(Manufacturing+Future)’ 등의 정책을 수립해 중소 제조 및 서비스업체들의 정보화 지원을 국가 혁신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김현수 IT서비스학회장은 “세계적으로 중소 제조 및 유통업에 정보화라는 새 옷을 입혀 경쟁력을 높이려는 추세에 비해 국내에선 ‘중기 정보화 지원사업’이라는 단 하나의 과제만 운용하고, 이마저도 예산을 대거 삭감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며 “여러 기업에 적은 금액을 나눠주는 중기 정보화사업과 별도로 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를 만드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중소기업 매출액 대비 정보화 투자율은 2006년 1.27%에서 2007년 1.0%로 떨어졌다. 경기 침체가 시작된 지난해에는 0.38%로 수직 하락했다. 정부의 관심이 줄면서 경영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의 정보화 투자 의욕도 급속히 식었다는 분석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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