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 산업 선진국의 면면을 살펴보면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오른 나라가 대다수다.
주물 산업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과 궤를 같이한다는 증거다. 이를 간파한 선진국들은 이미 주물 기술 고도화를 위한 비전을 착실히 수행 중이다. 주물 산업을 저탄소 녹색성장 동력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다.
특히 주목해야 할 국가가 일본이다. 생산량 기준, 세계 5위의 주물 강국 일본은 최근 정부가 나서 친환경 주물 산업 육성을 주도하고 있다. 관련 산업에서 또 한번의 도약을 이뤄낸다는 목표다. 일본은 지난 2006년 ‘중소기업 모노쓰쿠리(제품만들기) 기반기술의 고도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 오는 2015년까지 녹색 생산기반기술 세계 일류 국가가 된다는 비전을 수립했다. 법률에 따라 전략적 기반기술 고도화 사업에 64억엔, 중소기업 전략적 IT화 촉진에 7억엔을 지원해 녹색 주물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생산량에서는 미국·중국에 뒤지더라도 첨단 기술 개발에서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특히 교토의정서상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으로서 주물 산업에서도 ‘제로 에미션(배출량 0)’을 달성한다는 원대한 목표도 설정했다. 이 외에도 차세대 공정 개발을 통해 향후 10년 내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주철 소재를 개발하기로 했다. 폐주물사 재활용 기술도 성숙했다. 일본은 지난 1967년부터 폐기되는 주형사를 재활용하기 시작했다. 1973년부터는 20여편이 넘는 연구 논문이 발표되면서 폐주물사의 재활용 논의가 급진전됐다. 이 밖에 일본 주물산업은 제조업의 생명인 ‘QCD(Quality:품질, Cost:가격, Delivery:납기)’ 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기술 고도화를 통해 주물 제품 평균 불량률을 5% 이하로 낮췄다.
독일 역시 폐주물사 재활용 분야 선진국이다. 1980년께부터 폐주물사 재생기술을 개발해 왔다. 도로 건설 및 방음벽 충진제 등 토목 분야에서 폐주물사 재활용품을 대거 사용하고 있다. 아스팔트 골재·도로 기층재·시멘트 원료·폐갱구를 안전하게 메우는 저급 콘크리트용으로 활용 중이다.
산업 효율성을 측정하는 척도인 주물 생산성 측면에서도 독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주물 생산 절대량은 지난 2007년 기준 584만톤으로 일본에 이어 세계 6위권에 불과하지만 주물 플랜트당 생산량(9799톤)은 세계 1위다. 2위 미국이 플랜트당 5548톤의 생산량을 기록하는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생산성에서 독일을 추월할 국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연방정부는 생산기술 포함, 17대 첨단 기술분야를 지원하는 ‘독일 하이테크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물 산업 고도화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올해까지 생산기반기술 육성을 위해 2억5000만유로(약 5000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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