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가 올해 신규 도입되는 PC 1653대를 시작으로 보유하고 있는 총 6000대의 PC 운영체계(OS)를 모두 MS의 윈도7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러 정보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이 갑작스럽게 PC OS를 변경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방송 편집 및 송출 등이 디지털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OS 변경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는 자칫 중요한 업무 애플리케이션이 새로운 OS 환경에서 구동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KBS는 2개월 동안 MS가 윈도7 보급에 앞서 사전에 실시하는 조기적용프로그램(RDP)에 참여했다. 윈도7 RDP는 윈도 비스타 출시에 이어 MS가 OS에 적용한 것은 두 번째다.
“방송사가 갑작스럽게 OS를 변경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KBS는 이미 지난해 윈도비스타 도입을 위해 호환성 테스트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이때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수정했기 때문에 이번 윈도7 테스트 참여 결정은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생중계가 많은 방송 현업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OS를 먼저 적용하는 것이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한 박창훈 KBS 뉴미디어센터 IT인프라팀 차장의 말이다.
박 차장은 “윈도비스타나 윈도7은 사용자 화면이나 기능상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엔진 부분에 있어서는 거의 흡사하다”면서 “KBS는 윈도비스타 호환성 테스트를 실시하면서 상당히 많은 문제점들을 이미 수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KBS는 당초 지난해 말 PC도입 계획에 따라 1600여대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신규 도입 PC에 탑재하기 위해 새로운 OS인 윈도비스타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러나 KBS의 PC도입 정책이 변경됨에 따라 신규 도입 계획이 2008년에서 2009년으로 변경됐고 자연스럽게 윈도비스타 도입도 백지화 됐다.
KBS IT인프라팀은 PC도입계획이 1년 더 미뤄진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시 출시됐던 윈도비스타가 기존의 OS체계인 윈도XP에 비해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로 인해 호환성 부분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가 발생됐기 때문이다. 결국 KBS는 신규 PC도입 계획을 늦추게 됨에 따라 성능이나 호환성 측면에서 보다 더 진화된 윈도7을 도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KBS는 지난 6월 변경된 신규 PC도입 계획에 따라 올해 말 도입되는 1653대에 대해 윈도7 탑재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IT인프라팀 내부는 물론, 현업 사용자들과 의사결정권자들까지도 모두 윈도7 탑재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KBS는 7월부터 9월까지 2개월간 MS가 실시하는 윈도7 RDP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KBS IT인프라팀은 가장 먼저 테스트에 참여할 사람들은 모았다. 내부 정보시스템을 주로 사용하는 인사부서, 방송 현업부서, 개발운영팀 등 여러 부서 관계자 30여명을 선발해 워크숍을 가졌다. 워크숍을 통해 MS에서 제공해준 윈도7 테스트 안내서를 배포하고 테스트 목록과 일정 등을 공지했다. 이후 테스트 참여자들은 4주 동안 해당 부서에서 사용하고 있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윈도7에서 구동하는 테스트를 실시했다. 문제가 생기면 즉각 해당 내용을 IT인프라팀으로 전달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번 윈도7 테스트는 윈도비스타 테스트 상황과 달리 테스트에 참여하는 현업 사용자들의 반발이 전혀 없었던 것도 특징이다. 박 차장은 “윈도비스타 테스트 당시에는 왜 이런 문제가 많은 OS를 굳이 앞서서 적용하려 하느냐는 반발도 많았다”면서 “그러나 이번 윈도7 테스트는 참여자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테스트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테스트와 함께 MS에서 제공해준 윈도7 70개 카피는 단 하루만에 신청이 마감되기도 했다.
KBS는 이번 윈도7 테스트 결과 윈도비스타와 달리 상당히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무엇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과거 윈도XP 환경보다 몇배는 부팅 시간이 짧아졌다. 박 차장은 “과거 맥 OS와 윈도 OS를 동시에 부팅하면 윈도 OS환경이 훨씬 늦게 부팅됐다”면서 “그러나 이번 윈도7에서는 오히려 맥 OS 보다 더 빠르게 부팅이 이뤄졌다”고 만족해 했다. 또 익스플로어를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메모리 사용량이 과거 윈도XP보다 현격하게 줄어 속도면에 있어 편리성을 높여줬다는 점도 이번 윈도7의 장점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디지털 영상편집이 늘어나게 됨에 따라 여러 외장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면서 처리해야 했던 영상편집 업무를 이제는 외장 그래픽카드 없이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처리속도와 처리용량이 늘어나게 된 것도 KBS가 윈도7을 적극 도입하려 한 이유 중 하나다. 윈도7이 공급되게 되면 현재 전용장비나 별도로 지급되는 메모리카드 등을 많이 줄일 수 있게 돼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버추얼 윈도XP’ 기능으로 혹시 윈도7에서 호환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가상 윈도XP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게 한 점도 방송사에게 꼭 필요한 백업 기능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KBS 내부에서 운용되고 있는 CAD 시스템이 윈도7에서 구동되지 않아 버추얼 윈도XP 기능을 통해 구동했다. CAD 시스템을 새 환경에서 사용할 수 없다면 윈도7은 도입이 불가능했다.
하드디스크 암호화 기능은 혹시 모를 방송영상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장치다. ‘비트락커’라는 이름의 이 기능은 하드디스크를 빼내 다른 PC에 연결한다 하더라도 암호가 걸려 있어 데이터를 열어볼 수 없게 해주는 장금장치다.
그렇다고 해서 윈도7이 KBS 내부의 모든 정보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 차장은 “KBS기술연구소에서 선거를 위해 만든 특수 장비나, 외부에서 특정 OS 기반으로 구축돼 있는 시스템에는 윈도7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러한 정보시스템을 운용하는 PC는 그래픽, 방송, 송출 등의 분야에 약 몇백대 정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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