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News Inside - 오라클, `날선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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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M이 스마터 플래닛을 만든다고? 하하”

“IBM의 CPU 브랜드는 파워(Power)인데, 왜 ‘파워’인 건가?”

오라클과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작심한 듯 총공세를 펼쳤다. 노골적인 조롱이자 공개적인 도발이다. 이달 11일(현지 시각)부터 15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개최된 오라클 오픈월드 2009(Oracle OpenWorld 2009)는 시종일관 IBM을 향해 날이 서 있었다. 오라클의 메시지는 IBM과의 경쟁을 넘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오라클 오픈월드 2009에서 향후 엔터프라이즈 IT 솔루션 업계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다.

◇전열 정비한 오라클과 썬, IBM 협공=지난 4월 20일 오라클이 썬을 74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이후 업계에서는 오라클이 썬 하드웨어를 포기하고 자바만 남길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두 회사의 합병 승인 과정이 길어지면서 이 기간 동안 IBM과 HP는 연일 썬 하드웨어 고객이 자사 제품으로 돌아섰음을 강조해 왔다.

이번 오라클 오픈월드에서는 그동안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더 나아가 오라클 솔루션은 썬 하드웨어에서 가장 잘 운영되며 앞으로 썬 하드웨어 기반으로 오라클 솔루션을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공약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드웨어 사업에서는 IBM은 물론 오랜 우방이었던 HP마저 적이 되어도 무방하다는 결전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오라클과 썬의 합병은 오라클의 기업 인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미들웨어, 산업 특화 솔루션 업체 등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이제 썬을 인수함으로서 하드웨어까지 거느리게 된 것이다. 오라클은 과거 BEA시스템즈, 피플소프트, 시벨 등의 합병 때보다 이번 인수의 첫해 수익성이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미들웨어·DBMS·운영체제’라는 3대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술을 모두 가진 기업은 IBM과 MS, 그리고 썬을 인수한 오라클뿐이다. 게다가 하드웨어 제품까지 거느리게 된 오라클이 주로 겨냥하는 대상은 사업 영역이 겹치는 IBM이 될 수밖에 없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는 기조연설에서 “썬 인수 이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썬과 오라클의 합치면서 스팍, 솔라리스, 마이SQL, 자바 등과 함께 돌아갈 수 있도록 기술적 융합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회사가 긴밀하게 협조하게 되면 썬의 DB나 애플리케이션 등을 오라클의 소프트웨어 역량에 맞춰 전체적으로 함께 돌아갈 수 있도록 ‘기술 융합’을 지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스콧 맥닐리 썬 회장은 “썬세트(Sunset)가 아니라 썬라이즈(Sunrise)”라며 “향후 엔터프라이즈 IT 산업은 스토리지 회사, 서버 회사 등 따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썬이 내장된 컴퓨팅 인프라스트럭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W 어플라이언스에서 첫 포성=스콧 맥닐리 썬 회장의 기조연설 후반부에 깜짝 등장한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의 일성은 ‘썬 고객과 주주들에게 던지는 당위성’이었다. 그는 맥닐리 회장이 강조한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스팍·솔라리스·마이SQL 개발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이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으로 썬의 시스템 성능을 극대화 할 것이라는 점도 주요 의제였다.

오라클과 썬의 IBM 협공은 가장 먼저 대용량 고속 데이터 프로세싱 부문에서 시작됐다. 오라클은 지난달 썬 서버에 자사 DB를 완전히 통합한 ‘엑사데이터 DB 서버 버전2’를 공식 발표했다. 버전 1은 HP 서버에 기반했었다.

오라클은 엑사데이터 신제품이 OLTP(OnLine Transaction Processing)와 데이터웨어하우징(DW)을 통합한 유일한 제품이라며, 속도는 IBM, 네티자, 테라데이타의 DW보다도 빠르다고 강조했다. 특히 썬 서버와 오라클 DBMS의 결합이 IBM의 최고성능 서버와 DB2의 결합보다 속도와 성능에서 한 수 앞선다는 점을 자랑했다.

오라클의 지원을 받게 될 자바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었다. 자바는 65억 개 디바이스, 26억 개 핸드폰, 전 세계 95% 이상 PC에서 동작하며, 자바FX는 1억 건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특히 오라클 오픈월드 첫째날 ‘자바의 아버지’인 제임스 고슬링이 등장해 자바 진영이 기대하는 오라클의 역할에 대해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IBM HP, 소프트웨어 사업을 고민할 때=오라클은 마이크로소프트, IBM과 함께 세계 3대 소프트웨어 기업이며 이제 하드웨어 부문에서도 IBM, HP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그리고 IT 종합백화점인 IBM, HP와의 차별점이자 강점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망라해 가장 방대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벤더가 됐다는 점이다.

IBM, HP의 오랜 소프트웨어 사업 전략은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IT 인프라 관리 툴에 주력하고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은 SAP와 같은 ISV와 윈-윈 체제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오라클도 그 대표적 협력 ISV였다. IBM과 HP이 몇 년간 소프트웨어 사업에 집중하면서 많은 업체를 인수해 왔지만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만큼은 손대지 않았다.

IBM이 코그너스 BI를 인수했을 때 그동안 고수해온 소프트웨어 사업 전략의 틀을 깨는 것이라며 업계는 호들갑을 떨었지만 IBM은 BI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의 영역을 넘어서기 때문이라며 소프트웨어 사업 전략의 변화는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라클의 썬 인수는 양대 하드웨어 업체가 하드웨어 아닌 소프트웨어 사업 전략을 고민하도록 만들고 있다.

썬을 인수함에 따라 오라클은 운영체제, 개발 툴, 미들웨어, DBMS, 파일 시스템, ITSM 등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물론 기존의 방대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과 산업별 애플리케이션까지 가장 방대한 소프트웨어 제품을 보유하게 됐다. 나아가 자바, MySQL 등 더욱 강력해진 오픈소스 포트폴리오도 빼놓을 수 없다.

‘고객의 선택’ 아래 오라클과 IBM, HP의 제휴는 여전히 맥락을 이어가겠지만 양대 HW 업체들의 SAP ‘러브콜’은 이전에 없이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오라클에게 이제 남은 과제는 IBM의 GBS, HP의 ES(구 EDS)에 필적할 컨설팅과 서비스다. 이전에 없이 강력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하더라도 고객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서명덕 기자=md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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