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정보통신연구진흥원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한국전자거래진흥원이 통합돼 설립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원장 정경원)은 IT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대·중소기업 상생(相生)이 IT산업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된다는 원칙 아래 상생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 IT 실무 현장과 접목된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 기업과 취업 준비생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같은 상생 활동을 통해 진흥원은 2012년 150개 IT 중핵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100대 SW기업 5개를 육성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SW 대·중소기업 수출 노하우 합친다=국내 중소 SW기업들은 협소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 진출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 또 해외 시장 진출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로 부상했다. 하지만 MS·IBM 등 글로벌 기업이 국내 SW시장 77%를 점유하고 있어 기술력·마케팅·자금력 등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SW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진흥원이 마련한 상생 정책이 바로 ‘대·중소기업 수출 멘토링 제도’다. 이 제도는 수출에 성공한 선도기업이 멘토가 돼 경험과 노하우를 유망 중소기업에 전수하고 해외 진출을 돕는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를 위해 진흥원은 수출 선도기업과 유망 SW기업의 제품 현지화와 품질개선 공동 작업을 지원한다. 중소기업은 선도기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음으로써 자체 역량을 확보하고 글로벌 수준의 품질과 수출 경쟁력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도기업은 이미 해외 시장에 진출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해외 채널을 연계해주고, 품질 교육과 컨설팅도 실시한다. 또 제품 현지화를 위해 언어·문화·사회적 요소를 고려한 커스터마이징을 수행하도록 지원한다.
멘토링 사업에 진흥원은 총 사업비 70% 이내에서 최대 1억8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한다. 사업 내실을 위해 선도기업은 최근 3년간 수출 실적과 품질 관리 및 해외 사업 경험이 있는지를 상세히 평가한다. 또 유망 중소기업은 제품 경쟁력과 연구개발 투자 능력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전문인력 양성도 상생이 해답=IT 산업 현장에서 원하는 인재를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현실은 지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시장 요구 수준에 맞는 교육과 실무 중심 과정 도입으로 교육 체계는 마련됐지만 배출 인력 만족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연맹 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이 입사하더라도 현장 투입을 위한 재교육에 1인당 평균 19.5개월에 6088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IT 분야 신입사원 만족도 추이도 2005년 3.36(5점 만점)에서 2008년 3.61으로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진흥원은 기업 현장의 IT 전문가(멘토)가 대학생들과 공동으로 현장 실습형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산학 협업 IT멘토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진행돼온 이 사업은 현장형 IT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상생 협력 프로젝트다. 대학생들은 전공지식을 기반으로 실무 능력까지 향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기업도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준비된 인재를 얻을 수 있어 상생 효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은 물론이고 참여한 멘토와 멘티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4년 4억원으로 시작된 지원 예산은 지난해 15억원에 이어 올해 16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또 지금까지 1806명의 멘토가 1만4500여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4000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양적 성장 외에도 질적인 성과도 뛰어나다. IT 멘토링에 참여한 신입직원들은 적응력, 전공 지식, 팀워크 등에서 일반 신입직원보다 월등히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업무 적응기간도 일반 직원에 비해 4.2개월이나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이 말하는 相生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IT 시장에서 상생은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입니다. 대기업의 수출 노하우를 중소기업과 나누면 세계 시장 벽도 높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올 8월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초대 수장으로 취임한 정경원 원장(52)은 정보통신산업 고도화와 미래 신산업 창출을 위해 상생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제갈공명이라는 탁월한 전략가가 있었기에 유비가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스티브 발머라는 걸출한 경영자가 있었기에 빌 게이츠는 개발자로 성공이 가능했다”며 “힘을 합쳐 서로가 이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진정한 상생”이라고 말했다. 특히 단순히 하나의 목표를 위해 서로 돕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시장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전력을 다해 힘을 합치는 것이 상생의 기본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진흥원이 펼치고 있는 다양한 멘토링 사업이 상생의 기본 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수출은 물론이고 취업 현장을 먼저 경험한 노하우가 고스란히 중소기업과 후배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서로 윈윈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우리나라 패키지SW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현실이며, 전체 SW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에 불과하다”며 “현장 수요를 반영한 수출 멘토링 사업을 펼쳐 SW 기업들이 질적인 성장을 이루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수출 지원 외에 정 원장은 전문인력 양성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IT 산업의 뿌리를 이루는 사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이를 위해 올해 신규 사업으로 ‘IT중소기업 연구개발 인력 고용촉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 원장은 “기업 요구에 부합하는 석사급 인력을 양성하고 이를 IT 중소기업 고용과 연계하는 지원사업을 올해 새롭게 펼칠 것”이라며 “1.2%에 불과한 IT중소기업의 석사급 인력 보유 현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 원장은 마지막으로 “세계 IT 시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크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가 중요해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우리의 기업에 서로 힘을 합하는 상생은 더욱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1. 성공사례
◇대·중소기업 수출 멘토링:LG히다찌, 파수닷컴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전문업체인 파수닷컴은 대·중소기업 수출 멘토링 사업을 통해 LG히다찌와 SW 품질개선 및 현지화 공동 작업을 수행했다. 파수닷컴은 제품 사양을 일본 시장에 맞게 수정하고 매뉴얼을 일본어로 현지화하는 등 개발과 테스트를 담당했다. LG히다찌는 제품을 일본 시장에 판매하기 위한 전체적인 검수를 수행했다. 이로써 파수닷컴은 LG히다찌 파트너사에 40만달러를 수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또 추가 계약 협의도 진행 중이다. 특히 파수닷컴은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보호 및 기업 내부 정보 보안을 위한 DRM 기술력을 기반으로 우수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2. 성공사례
◇산학협업 IT 멘토링:김정보 멘토(해람정보기술 사장), 동명대·경성대
김정보 해람정보기술 사장은 지난 2006년 멘토 임명 이후 한자학습용 전자책 시스템 설계 및 구현 등에 총 19건의 IT 멘토링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동명대 및 경성대 학생들과 함께 현장 실습형 프로젝트를 추진해 얻은 결과는 상용화와 특허 출원으로 이어졌다. 또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6명의 학생들을 채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06년에는 동명대 멀티미디어공학과 학생 두 명에 이어 2007년 동명대 컴퓨터공학과 학생 세 명이 채용됐다. 올해에는 경성대 컴퓨터공학과 학생 한 명이 IT멘토링 사업을 거쳐 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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