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초라한 수도권발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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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은주 경인취재팀장 ejbang@etnews.co.kr

 며칠 전 한 장의 사진이 눈에 확 들어왔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오세훈 서울 시장과 안상수 인천 시장을 두 팔로 껴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난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수도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출범식 장면이다. 행여 다른 지자체는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에 다 몰려 있는데 무슨 수도권 발전이냐”고 성낼지 모르겠다. 하지만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인 시대를 맞아 수도권 발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퀴즈를 하나 내보자. 전국에 광역시와 도가 몇 개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모를 것이다. 답은 16개다. 7개 광역시와 9개의 도가 있다. 그럼 가장 잘 사는 곳이 어디일까. 울산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작년 말 기준 4219만원으로 전국 최고다. 서울, 인천, 경기는 어떨까. 서울은 2039만원으로 5위, 인천과 경기는 9위(1652만원)와 10위(1646만원)에 그쳤다. 수도권이 아직 발전의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사실 그동안 수도권은 알게 모르게 역차별을 받았다. 무슨 일을 하려면 중앙정부가 “수도권은 (균형 발전 때문에) 안 된다”며 제동(규제)을 거는 바람에 속을 끓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오죽하면 전국의 지자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첨단의료복합단지에 떨어졌는데도 안상수 인천 시장은 “그런 건 안 줘도 좋으니 제발 규제만 완화해 달라”고 했겠는가. 김문수 경기지사도 틈날 때마다 “고급인력이 많고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경기도가 두바이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날 서울에 모인 세 수장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높은 기대감도 표출했다. 김 지사가 “서울·인천·경기를 합쳐도 베이징의 70%밖에 안 되니 서울·인천·경기가 하나가 돼야 한다”고 하자, 오 시장은 “동북아 허브 전쟁이 시작됐다. 3개 시도가 힘을 합쳐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 것인지 논하자”고 답했다. 안 시장은 “수도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협조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자”고 맞장구쳤다. 서울과 경기 간에만 적용됐던 수도권통합환승할인제가 10일부터 인천까지 확대되듯 세 지자체 간 협력 무드도 무르익고 있다.

 우려도 있다. 특히 앞으로 실무를 담당할 수도권광역경제발전위원회 사무국을 보면 그렇다. 일단 규모가 너무 초라하다. 내년에 지능형 메카트로닉스 클러스터 환경 조성 등 8개 사업을 시행해야 하는데도 예산이 운영비를 합쳐 고작 12억원이다. 상근 행정 인원은 두 명에 불과하다. 이런 조직으로 과연 수도권에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어차피 내년 사업이 본격 시행되면 각 지자체 간 잇속 찾기가 불가피하다. 저마다 돈 되는 사업의 주(主)가 되려 할 것이다. 자칫 알짜배기 사업을 하나씩 나눠 갖는 땅따먹기가 될 수도 있다. 이래선 안 된다. 애초 의도대로 각 지자체가 중복을 피하고 저마다 특장점이 있는 분야를 나눠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 지자체가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대승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이다. 실제 상황에 들어가면 이익을 놓고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고 조정하려면 발전위원회와 사무국부터 지금의 ‘초라한 모습’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